[583호 2026년 10월] 오피니언 재학생의 소리
캠퍼스 로망 찾기
캠퍼스 로망 찾기

이승호(전기정보26)
재학생
‘캠퍼스 로망 있어요?’ 신입생 시절 날 가장 당황스럽게 한 질문이었다. 신입생들끼리 으레 하는 질문이었음에도 답변을 생각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벚꽃 핀 캠퍼스를 걷는 것, 동아리방에서 밤을 새우는 것, 잔디밭에 누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떠올려 보려 했지만 딱히 그럴듯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나의 목표는 대학 입학 그 자체였다.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해야 할 일이 분명했다. 좋은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 무엇을 해야 되는지, 왜 해야 되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향해 가면 됐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오고 나서는 다음 목표를 찾을 수 없었다. 수업을 듣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지내다가도 문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 진로, 군대 같은 단어들은 가까워지는데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에 닿았다. 지금의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의외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거창한 목표를 찾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몇 년 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대학에 들어와 참 많이 웃었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봤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며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갑자기 잡힌 약속 하나 때문에 하루가 즐거워지기도 했다. 입시를 준비할 때는 이런 순간들이 삶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다.
어쩌면 나는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목표보다 그 사이의 시간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달성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뚜렷한 목표가 없어도 오늘 하루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캠퍼스 로망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멋진 대답은 하지 못할 것 같다. 대신 지금처럼 많이 만나고 많이 웃고 가끔은 헤매면서 지내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목표를 찾아가며 고민하고 도전하는 지금의 대학 생활이 꽤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