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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호 2026년 10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특권보다 책임

서울대 연구역량·네트워크  전체 대학 발전에 기여해야 
특권보다 책임

전경하(독어교육87) 
서울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 연구역량·네트워크  전체 대학 발전에 기여해야 
 
서울대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악언론회가 구성된 때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초기였다. 서울대 폐지론이 고조되던 시절에 역설적으로 공식 모임이 생겼다.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은 얼마 전 칼럼에 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울대 학부를 없애고 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하거나 서울대를 포함해 모든 국립대에 번호를 부여해 학생들이 무작위로 번호를 선택해 입학하는 방안을 인편으로 전해왔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서울대 일부의 세종시 이전론이 나왔다.

서울대는 학벌주의, 서울 집중의 원인 등으로 거론된다. 서울대가 사라진다고 대학 서열과 학벌주의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다른 대학이 새로운 정점이 될 수 있다. 

학벌주의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은 꾸준히 나왔다.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서울대 신입생 중 비수도권 비중은 2002년 절반이 무너지더니 지금은 30%대다. 올해는 강남3(강남·서초·송파)구 출신 신입생(486명)이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를 합친 숫자(493명)와 비슷하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국가 전체는 물론 서울대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수도권 쏠림이 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자원을 오랫동안 집중 투입받은 서울대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적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내놨다. 그동안 거론됐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통합보다는 거점국립대의 연구·교육 역량을 끌어올리자는 정책이다.

서울대는 2024년 총장 직속 대학연대 지역인재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서울대가 보유한 첨단 연구장비와 교원 등 교육 자원을 거점국립대와 공유한다. 교과목과 연계된 실험·실습 또는 단기 집중형 과정을 통해 지역대학 학생들이 직접 특수 실험장비를 다뤄볼 수 있게 지원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의 지원으로 갖춘 연구장비를 준공공재로 쓰는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대의 주요 자산에서 사람과 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국회와 정부, 언론, 학계, 기업 곳곳에 서울대 동문이 많이 진출해 있다. 특권이라 볼 수 있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뜻이다. 서울대의 네트워크를 서울대만을 위해 쓰지 않는 것이 그 책임을 이행하는 한 방식일 것이다. 서울대 위상이 국내 대학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그 위상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올해가 서울대 개교 80주년이다. 90주년, 100주년을 다른 대학들도 진심으로 함께 축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