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호 2026년 10월] 인터뷰 동문 유튜버
“제가 드리는 처방은 약보다 달리기”
“제가 드리는 처방은 약보다 달리기”

정보라(약학00) 삼남매약국 대표약사
여의도의 한 약국. 벽에는 메달이 줄지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러너를 위한 약품이 놓여 있다. 이곳 ‘삼남매약국’을 운영하는 정보라(약학00·사진) 동문은 약을 짓는 시간만큼이나 달리는 데 진심인 약사다. 2019년 달리기를 시작해 1년에 300일 이상 뛰었고, 최근 철원마라톤에서 17번째 풀코스를 3시간 16분에 완주하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2023년부터는 유튜브 ‘런약사’를 통해 러닝과 약학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약사에서 러너로, 다시 유튜버로 활동 반경을 넓혀온 정 동문을 9월 29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호놀룰루 마라톤이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였어요. 2023년 12월에 호놀룰루에 가게 됐는데, 한 달 전 남편이 액션캠을 하나 사주면서 ‘이왕 가는 거 뭐든 찍어 와봐’라고 했어요. 그게 첫 영상이 됐죠. 원래 SNS도 안 하던 사람이었는데 남편이 계속 권했어요. 제가 찍으면 남편이 편집합니다. 물론 엄청 싸우기도 하죠.(웃음) 그래도 함께 채널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채널 방향이 달라진 점도 있나요.
“처음에는 러닝과 약학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약학 콘텐츠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스포츠약학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다시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알아가는 과정까지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해요.”
-약사로서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나요.
“약국에 오신 분들에게도 약만 권하기보다 먼저 잘 먹고 운동해보라고 합니다. ‘일단 같이 뛰어보자’고 권하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계속 뛰다 보니 러너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디가 불편한지도 더 잘 보여요. 그러다 보니 ‘약사님, 이럴 땐 뭐 먹어요?’ 하고 찾아오는 러너들도 많아졌죠. 약국에도 ‘러너를 위한 약국’이라고 써놓고 에너지젤 같은 제품을 갖춰놨어요.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약사 일과 연결해서 즐겁게 일할 방법을 계속 찾아가는 중입니다.”
-러닝크루도 운영하시던데요.
“2019년 약국을 열고 종일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살도 쪄 다이어트 삼아 달리기 시작했어요. 아들 반 엄마 네댓 명과 뛰었는데, 그중 마라톤을 하던 친구가 ‘매일 뛰어봐. 다른 게 보여’라고 했어요. 그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꿨죠. 제가 느낀 재미를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해서 계속 권했고 지금은 70명이 넘어요. 새벽 5시20분에 만나 30분 정도 뛰고 바로 헤어져요. 회비도 뒤풀이도 없어요.”
-황영조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고요.
“처음에는 한 행사에 오신다기에 ‘유튜버니까 한마디라도 따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갔어요. 이후 다시 뵀는데 제 채널을 보셨더라고요. 달리는 약사라는 점을 흥미롭게 봐주셔서 인연이 이어졌고, 나중에는 감독님께 직접 코칭을 받으며 엘리트 선수와 함께 뛰는 영상도 찍었어요. 교과서에서만 보던 분이 옆에서 직접 알려주시는데 ‘이게 생시인가’ 싶었죠.”
-구독자들과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에 구독자들과 몇 달간 함께 훈련해서 30명 정도가 함께 호놀룰루 마라톤에 갔고 25명이 풀코스를 완주했어요. 절반 정도가 첫 풀코스였죠. 혼자 뛸 때보다 뿌듯함이 열 배는 컸어요. 올해는 80명으로 늘어서 전국을 함께 다니며 훈련하고 있어요. 전세기를 띄워 호놀룰루에 가는 게 목표였는데 10년은 걸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올해 보니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달리기 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돈 많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부러운 게 없어졌어요. 장거리 달리기를 해낼 건강과 체력을 갖고 나니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가진 기분이에요. 그리고 더 잘 뛰고 싶어요. 이렇게 무언가를 잘하고 싶었던 게 서울대에 가고 싶었던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조금씩 나아지는 게 삶을 정말 즐겁게 해요.”
-동문들에게 달리기를 권한다면요.
“저도 아이 셋 낳고 마흔 가까이 돼서 처음 달린,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어요. 100일 정도만 꾸준히 달려보세요. 그 시간이 지나면 뜯어말려도 뛰게 되는 순간이 와요. 저도 했으니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