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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호 2026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이산화탄소 포집 스타트업 창업한 ‘70대 청춘’

실험실서 성공한 소재 사업화 “기후변화 문제 해결 기여하길”  
이산화탄소 포집 스타트업 창업한 ‘70대 청춘’


임지순(물리70) 카볼루션 대표·서울대 명예교수
 
실험실서 성공한 소재 사업화
“기후변화 문제 해결 기여하길”  

모교 교수 정년을 앞둔 2016년, 임지순(물리70·사진) 동문은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포항공대로 옮겼다. 지난해에는 실험실에서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 소재를 실제로 쓰기 위해 스타트업 ‘카볼루션’을 공동 창업했다. 올해 일흔다섯인 임 동문은 소재를 계속 손보는 한편, 회사의 상품화와 투자 유치도 고민하고 있다. 10월 1일 모교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임 동문을 만났다.

임 동문은 모교에서 약 30년간 재직한 고체물리학자로, 2011년 한국 물리학자 최초로 미국과학학술원 회원에 선임됐다. 청암상·호암상 등을 받았다. 포항공대로 옮긴 뒤 울산대를 거쳐 지난 9월 포항공대 물리학과 석학교수로 돌아왔다.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카볼루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항공대로 옮길 무렵 임 동문은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지 고민했다. 연구 의욕과 호기심은 여전했다. 새로운 학술적 성과를 내는 데서 나아가 쌓아온 경험으로 현실의 문제에 기여하고 싶었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던 기후변화에 관심을 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기후변화에 미력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고 주제를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택한 주제는 이산화탄소 포집 소재였다. 신소재 개발은 오랫동안 컴퓨터로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계산하고 신물질을 설계해온 임 동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연구 주제다. 그는 “고체를 쭉 연구해 왔으니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물질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것이죠”라며 대학교수 시절의 연구와 현재의 소재 개발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임 동문은 연구를 주도하며 여러 개발진과 함께 소재를 만들고 성능을 검증했으며, 포집 성능뿐 아니라 비용과 사용 조건도 고려해 구조를 다듬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소재는 한국·미국·일본에서 특허를 받았다.

연구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경연도 자극이 됐다. 혁신 기술로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국제 경연대회로, 일론 머스크가 총상금 1억 달러를 후원했다. 임 동문은 포집 소재 활용과 해조류 재배, 두 프로젝트로 참여해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결선은 아이디어를 실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요구했고, 필요한 설비를 마련하려면 당시 계산으로 적어도 50억원이 들었다. 자금 부담 때문에 팀은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실험실에서 개발한 소재를 실제로 쓰려면 이를 추진할 기업이 필요했다. 임 동문은 “논문이나 실험실 수준에서 하는 것만으로는 최종적으로 기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초기 투자자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해 카볼루션을 출범시켰다. 당시 울산대 소속이어서 울산에 법인을 세웠고, 실험은 포항공대 조길원 교수 연구진과 협력해 진행한다.

공동대표와는 역할을 나눴다. 경영은 공동대표가 맡고 임 동문은 소재 개발과 개량에 집중한다. 그는 “경영이나 회계는 잘 모르기도 하고, 거기에 신경을 쓰면 연구에 몰두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를 운영하려면 연구와 별도로 상품화할 기술도 찾아야 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은 장기적으로 추진할 목표다. 임 동문은 “회사는 상품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일지 공동대표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올해 시작한 것이 불소계 온실가스 포집 연구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불소계 가스가 대기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임 동문에 따르면 기존에는 이 가스를 주로 고온에서 분해해 처리해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카볼루션은 포집 소재로 가스를 붙잡아 배출과 처리 에너지를 줄이려 한다. 포집한 가스를 모아 다른 업체에 넘기는 데까지가 카볼루션의 역할이다. 불소계 가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수개월로 아직 초기 단계다.

올해 정부의 창업·연구개발 지원 사업 두 건에 선정됐지만, 설비를 갖추고 사업화하려면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 임 동문은 회사 상황을 “완전히 초창기, 걸음마 단계”라고 설명했다. 창업 후에는 민간 투자가 빠른 성과를 내거나 이미 사업성이 확인된 곳에 쏠리는 현실도 보게 됐다. 임 동문은 “(민간 투자 상황은) 학술적인 연구만 했다면 알지 못했을 문제”라며 “성공까지 시간이 걸리는 기업과 실패한 창업자에게도 다시 기회를 줄 투자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정년 이후에도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점에 고마움을 표했다. 연구를 이어가고자 하는 교수는 많지만, 정년 뒤 연구실과 시설을 비우면 일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신의 연구 성과가 새 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됐더라도 “그런 자리 자체가 없으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할 수 없다”며 연구를 이어갈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는 후배들의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 동문은 “꼭 이공계가 아니라도 된다”며 학생과 젊은 교수들이 실패하더라도 개인에게 큰 손해가 돌아가지 않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부와 함께 후배 연구자들의 도전에 관심을 두고 격려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관심을 갖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거죠.” 장민서 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