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호 2026년 10월] 문화 동아리탐방
“자율주행 대회 땐 숙소 호텔 로비에 트랙 만들어 시험”
“관심 있는 이론 적용해보자” 19명 부원 의기투합 대회 참가
“자율주행 대회 땐 숙소 호텔 로비에 트랙 만들어 시험”
ZERO 기계공학부 자율주행 동아리

제로 회원들이 대회를 앞둔 밤 호텔 로비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서민준 회장
“관심 있는 이론 적용해보자”
19명 부원 의기투합 대회 참가
지난 여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8월 부산 IFAC F1TENTH(10분의 1 축척 자율주행 그랑프리) 같이 나갈 사람 구합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게시물이 올라왔다. 기계공학부 자율주행 동아리 ZERO에서 국제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데, 작년 유사 대회에서 4등을 기록해 그때 쓰던 코드와 차량이 남아있으니 기존 팀원들과 알고리즘을 하나씩 뜯어보며 개선할 신입 부원을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요구하는 지원 자격은 하나. “코딩 잘하는지보다는 끝까지 붙어 있을 사람인지를 더 봅니다.” 이들의 신입 부원 모집 공고에는 대회를 준비하는 동아리의 현재 상황, 목표, 대회 이후 착수할 프로젝트 계획까지 모두 기세 좋게 공개돼 있었다.
ZERO에는 각자 관심 있는 자율주행 이론을 차량에 적용해 검증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 검증 작업은 주로 대학생들이 팀을 짜서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이뤄진다. 이번 부산 대회 출전의 의미에 대해 ZERO 서민준 회장(물리천문21)은 “논문을 읽어보는 것과 내가 생각한 자율주행 이론을 실제로 구현해 차를 굴려보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며 “다른 팀들과 경쟁하면서 생각했던 대로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모여서 코드를 짜는 일은 관악캠퍼스에서도 가능하지만 차를 직접 굴리며 실증하는 작업은 트랙이 있는 시흥캠퍼스로 가야 하기에, 본격적인 대회 준비는 보통 방학에 집중된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부원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요일별로 시흥에 나갔고, 전날의 작업을 이어받아 차량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여름을 보냈다.
작년 여름에 이들은 코드를 잘 짰다고 해서 차가 무리 없이 달리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서민준 회장은 당시 대회에서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연결이 끊긴 뒤 복구되지 않은 탓에 4강에서 도전을 멈춰야 했던 경험을 꺼냈다. “AI를 활용하면서 다른 팀들도 자율주행 로직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됐어요. 이제 로직을 잘 짜는 건 기본이고, 실제로 차를 굴리려면 하드웨어와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구나 깨달았어요.” 올해 1학기 동아리 내부 조직을 △하드웨어 팀 △패스플래닝(주행전략) 팀 △네트워크·오케스트레이터 팀으로 개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부산 대회에서는 전방 270도를 인식하는 라이다에 후방 카메라를 더해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까지 감지하도록 했다. 각각 받아온 정보를 통합해 주행 경로를 정하고 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이들에게 과제였다.
차를 한 번이라도 더 굴려보겠다는 부원들의 열망은 부산의 호텔 로비까지 트랙으로 만들었다. 출전 직전, 대회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시험 주행하며 코드를 수정할 공간이 필요해 강당 대관을 알아보다가 주차장이 넓다는 한 호텔을 발견했다. 그리로 숙소를 예약하면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놀랍게도 주차장과 로비를 빌려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호텔 지하 주차장에 파이프로 임시 트랙을 조성해 시험하다가, 투숙객이 없는 새벽에는 허락을 받고 로비로 올라왔다. 대회 직전에는 이틀 밤을 새우고 하루 자는 식으로 작업의 밀도를 올리는 데 열중했다. “강아지 산책용 수레에 자동차와 파이프를 싣고 서울과 부산, 그리고 부산에 와서는 주차장과 로비를 오갔습니다. 바닥에 깔린 히트 파이프 보이시죠? 나름 트랙을 그어둔 거예요. 접었다 폈다 하기 쉬워서 옮기기도 쉽고.”
그렇게 함께 밤을 새운 부원들에게는 서로를 재우는 일도 과제였다. 서민준 회장은 예민해지기 쉬운 상황에서 긴밀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다툼 없이 조율하며 준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잠이 부족해 보이는 부원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얼른 들어가서 자라며 휴식을 권했다. 막판에는 서로의 손이 필요해 그 누구도 선뜻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결국 대회 당일 아침, 마지막 밤까지 새운 뒤 씻으러 들어간 일부 부원이 침대에서 잠들었고, 이들을 깨워 부랴부랴 나선 일행은 대회 시작을 불과 10분쯤 앞두고 대회장에 도착했다. 끝까지 붙어 있던 부원들은 그 와중에도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서 회장은 대회장으로 향하며 “속으로는 애가 탔지만 부원들과 ‘이러다가 우승하는 거 아니냐’라고 농을 주고받았다”라고 떠올렸다.
아쉽게도 ZERO는 시상식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부원 22명 중 19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토너먼트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탈락한 것이다. 새로 합류한 부원이 많았고, 신규 주행 로직을 도입하면서 후반부 완성도를 높일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서 회장의 설명이다. 그래도 패배를 대하는 방식에서만큼은 기세가 여전했다. 아쉬움 속에 대회를 마치고 서울 돌아오는 기차를 3시간 남겼을 때, 이들은 해운대에 모여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라며 각자 한 명씩 입수자를 지목했다. 얼마 뒤 모두 함께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서 회장은 “입수한 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대회에서는 문제가 된 부분을 정확히 고치고 다른 팀을 이기자고 굳게 다짐했다”라고 당시의 결연함을 설명했다. 그렇게 ‘끝까지 붙어있을 사람’을 찾던 이들은, 패배 뒤에도 다음을 함께 기약할 동료를 얻었다.
송민진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