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2005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창당 2주년, 잔치는 끝났다?
張允美(철학98-03) CBS 정치부 기자 정치부에 온 지 두 달. 출입처를 열린우리당으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필자는 평생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다는 인류 최고의 자연재앙 쓰나미를 두 번이나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재앙을 만난 셈이다. 하나는 열린우리당 文喜相 전 의장이 언급한 `신뢰의 쓰나미', 다른 하나는 `천정배 쓰나미'라고도 불렀던 `색깔론 쓰나미'였다. `신뢰의 쓰나미'는 당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대통령의 지지도도 20%대로 떨어지자 文喜相 전 당의장 입에서 나온 한탄에 가까운 정치적 표현이었다. 文喜相 전 의장은 지난 9월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기간 중 민심이반 현상을 두고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상황'이라며 개탄했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의 `신뢰의 쓰나미' 상황은 얼마 안 가 `색깔론 쓰나미'와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국민의 돌아선 민심을 추슬러보려 했던 여당의 노력은 결국 야당의 색깔론 공세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주저앉고 말았다. `색깔론 쓰나미'의 중심에는 千正培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千장관이 동국대 姜禎求교수 수사와 관련해 불구속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재선거를 코앞에 둔 여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야당은 千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국가 정체성의 위기 상황이라며, 색깔 공세를 폈다. 여당 입장에서는 쓰나미와 같은 수위의 공격이었다. 수사 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논란은 인권 보호를 위한 선택인가, 국가정체성의 근간과 검찰 중립성을 훼손한 월권인가의 논쟁으로 번졌다. 물론 비유적 표현이지만 `쓰나미'가 휩쓸고 간 열린우리당의 자리는 처참했다. 재선거 참패라는 결과는 여당 내부에서도 선거 전부터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집권여당은 막상 선거 4 : 0 참패라는 결과가 나오자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다. 선거 패배에도 당 지도부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던 文喜相 전 의장도 당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은 결국 丁世均원내대표를 임시 의장으로 하는 `비상'집행위원회가 꾸려진 상황에서 창당 2주년을 맞아야 했다. `예상대로' 창당 2주년 기념식은 집권여당의 창당 행사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원은 고작 37명. 1년 전 창당기념식과는 너무 비교가 된다는 게 중론이었다. 야당 대표들의 화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직자들은 창당 행사를 예전처럼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없는 분위기여서 화환도 마다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창당 행사에서는 盧武鉉대통령이 참석해 1백년 역사를 가진 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1백년 정당으로 끌고 가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한 의원도 이런 분위기가 머쓱했던지 이렇게 썰렁한 창당 기념식은 처음 본다며, 축하떡도 없는 당사에 사비를 털어 과일 한 상자를 두고 가기도 했다. 창당 1년이 지나자 당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파열음은 소음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盧武鉉대통령의 탈당과 분당 가능성을 언급한 安泳根의원에게 엄중 경고를 했다. 하지만 당내 분열의 목소리는 비단 安의원에게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의원들은 각각 속한 정파에서 저마다의 입장을 피력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당 지도부가 이 사태를 좌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쓴 소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丁世均의장이 앞으로 당론과 다른 정제되지 않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출하거나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는 경우 당의 이름으로 엄중 문책하겠다고 `군기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서신을 당 의원들에게 보낸 바로 다음 날 소속 의원이 당의장 스타일 때문에 당 쇄신은 물 건너갔다는 자포자기의 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며 丁世均의장을 향한 직격탄을 날렸다. 열린우리당 창당 2주년 행사 때 의원들이 당을 쇄신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진정한 개혁정당으로 거듭나자는 구호도 이어졌다. 하지만 구호를 외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일치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엇박자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지가 창당 2주년을 맞은 열린우리당에게 과제로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