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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2026년 9월] 오피니언 재학생의 소리

고민은 끝나지 않고 촬영은 계속된다

고민은 끝나지 않고 촬영은 계속된다

이지호(언론정보25) 
재학생 
 
며칠 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선배의 영화 촬영을 도와주러 갔다. 조그마한 규모로 금방 끝날 촬영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아침에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촬영부였던 나는 쉴 틈 없이 열여섯 시간 넘게 무거운 장비들을 나르고 조작했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이미 새벽 세 시였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털썩 쓰러져 잠들었다. 네 시간 뒤에 나는 학교 수업을 들으러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집을 나섰다.

이번 학기에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방학 동안에는 스무 번 넘게 단편영화 촬영장을 오갔다. 나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걸까?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걸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 어쩌면 잠깐 스쳐 갈 흥미인 것인지. 매일같이 고민하는 문제이지만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선배와 동기들에게 물어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삶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늘 주어진 대로 살았고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삶이 나를 이끌었지 내가 삶을 이끌었던 적은 없다. 영상 제작도 그렇다. 과 동기들이 많이 가입하던 영상 제작 동아리에 나도 따라 들어갔는데, 잘 맞아서 오래 활동했을 뿐이다. 나에게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할 수는 있을까.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은 걸까. 급류를 따르다 보면 언젠가는 납득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나는 내일도, 다음 주에도 촬영을 하러 나간다. 다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하고, 다음 날이면 아픈 몸을 끌고 일어날 것이다. 내가 왜 이 일을 계속하는지 생각해 보려 하지만, 촬영은 이미 잡혀 있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알고 있다. 언젠가 돌아보면, 지금이 내 삶에서 가장 반짝이던 시절 중 하나였으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