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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2026년 9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인간을 다시 세우는 창조인 

인간을 다시 세우는 창조인 


손은신(산업디자인82)
케이메세나네트워크 이사장

106세의 나이에도 창조적 예술가로 살다가 돌아가신 김병기 선생의 마지막 화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하여’였다.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순간 질문을 잊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길들여진 인간, 어쩌면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무엇인가.

명문대 진학을 위해 학교를 중단하고 대치동 학원가로 몰리는 학생들. 대학입시와 성적, 경쟁과 서열이 교육의 중요한 기준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AI가 지식을 검색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시대에 교육이 여전히 ‘얼마나 많이 아는가’에 머문다면 교육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기 전에 인간을 세우는 일이다.

참교육은 지·덕·체의 조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식을 새로운 생각으로 연결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미래사회의 인재다. 궁극적으로 교육은 진·선·미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초등교육부터 교육의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학교는 입시를 준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몇 점을 받았는가’보다 ‘무엇을 궁금해하는가’를 묻고, ‘얼마나 빨리 풀었는가’보다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프랑스는 시민성·비판적 사고와 철학적 성찰을 중시하고, 독일은 학교와 기업을 연결하는 이원적 직업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길러왔다. 두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지만, 하나의 성공 방식만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능력과 진로를 존중하는 교육철학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도 입시가 교육의 목적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험 점수만으로는 창의성, 공감 능력, 책임감, 예술적 감수성, 공동체 의식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탐구와 독서, 토론, 창작, 공동체 활동, 자기주도적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배움의 과정을 인정하는 교육과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참교육은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스스로 상상하고 질문하며 공감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이다. 지식만 습득하는 사람에서 지혜로운 지식인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정답을 찾는 사람에서 창조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지·덕·체가 조화를 이루고 진·선·미를 추구하는 참교육이다.

교육혁신의 출발점은 새로운 기술이나 교과서가 아니라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이어야 한다. 결국 교육혁신은 지식을 넘어 인간을 다시 문화인, 자유인, 창조인으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