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호 2026년 9월] 문화 신간안내
혼자의 시대 ‘식구’를 다시 묻다
1인 가구 삶 다룬 책 펴낸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혼자의 시대 ‘식구’를 다시 묻다

연구실에서 만난 김수영 교수
1인 가구 삶 다룬 책 펴낸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1045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2450만 가구의 42.6%에 해당한다. 현대 사회의 전형적 가구 형태로 여겨졌던 4인 가구는 288만 가구에 불과하다. 1인 가구는 부정할 수 없는 오늘날의 표준 가구 형태가 됐다. 지난 1월 김수영(언론정보98)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출간한 ‘필연적 혼자의 시대’(다산초당)는 1인 가구원 109명의 이야기를 듣고, ‘1인 가구로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를 다룬 책이다.
9월 9일 모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수영 교수는 “사실 1인 가구 문제는 저에게도 낯선 주제”라며 입을 열었다. 김 교수의 본래 연구 주제는 사회적 배제와 미래 사회의 위험이다. 그는 미래 사회의 위험을 크게 디지털화와 개인화로 나눠 살펴왔다. 그중에서 1인 가구는 개인화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문제 중 하나였다. 그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모교의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에 연구 과제를 제안했고, 책에는 그로부터 출발한 6년간의 연구 중 일부를 담았다.
정책적으로 1인 가구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1인 가구가 문제고, 너희는 잘못됐으니 옳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식의 계도 성격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결혼·출산 장려 정책을 그 예시로 들었다. 결혼을 원하는 청년에게는 의미 있는 정책이나, 청년들이 단순히 해당 정책에 의해 결혼하는 것은 아니기에 ‘1인 가구 문제의 해법’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정책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1인 가구의 삶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1인 가구로 장기간 생활할 때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현격한 위기가 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1인 가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책에서는 1인 가구원이 대체로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평소 식사를 부실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들이 식사를 부실하게 때우는 이유는 돈 문제나 시간 부족만이 아니라 ‘식구의 부재’에 있었다. 김 교수는 이를 단순한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돌봄이 약화되는 과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해법은 1인 가구를 다시 전통적 가족으로 편입하는 데 있지 않다. 김 교수가 찾은 해결책 중 하나는 친족이 아닌 ‘비혈연 식구’다. 책에서는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오랜 시간 일상을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돌본다면 식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그는 식구가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밥을 함께 먹으며 일상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서로를 일상에서 돌볼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집과 직장은 아니지만 함께 밥을 먹으며 친분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김 교수는 ‘제3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제3의 공간의 예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역 공동체는 많이 사라졌지만, 복지관이나 종교기관, 청년센터 등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사랑방 의사’로 불리는 전남 영광의 한 병원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여러 사례를 언급하며 물리적인 공간의 존재를 강조했다. 일회적인 모임을 넘어 사람들이 기억하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있어야 관계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3의 공간은 “혼자 살지만,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장소가 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남길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모교를 졸업한 이들은 많은 기술과 지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미숙함도 있고 살림을 잘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혼자 된 사회에서는 경제적 자본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자본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장민서 학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