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호 2026년 9월] 인터뷰 동문 유튜버
“아프기 전에 마음 돌보는 법 알려주고 싶어요”
“아프기 전에 마음 돌보는 법 알려주고 싶어요”

김지은(의학98)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살아갈까. 김지은(의학98·사진)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많은 이들이 마음이 힘들어진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본다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그는 그보다 조금 앞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지키는 방법을 전하고 싶어 연구실과 강의실을 넘어 유튜브 채널 ‘김지은의 뇌와 마음’에서 대중을 만난다. 8월 25일 이화여대 신촌캠퍼스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와 뇌과학자로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뇌인지과학과 교수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은입니다. 자폐증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가장 중요하게 하고 있어요. 당장 치료로 이어지는 연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계속 원인을 밝히고 치료 가능성을 찾아가야 희망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뇌와 마음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의대 본과 3학년 때 처음 정신의학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갱지에 인쇄된 강의자료가 아직 기억날 정도로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의 흥미가 정신과를 선택한 큰 계기였습니다.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일 자체도 재미있었고요. 돌이켜보면 남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서울대 학생 창업동아리에서 출발한 ‘스튜디오 샤’에 출연했다가 개인 채널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의대에 다닐 때 동기 세 명을 자살로 잃은 경험도 제게 아주 크게 남아 있습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자살을 예방하고,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저에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마음도 유튜브를 시작한 중요한 이유였죠.”
-정신건강부터 대중문화까지 소재가 다양합니다.
“사람이 건강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심한 우울증에 빠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 전에 여러 고비가 있어요. 가능하면 병원에 가야 할 만큼 힘들어지기 전에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다만 유튜브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로 들어가 그 안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BTS 뮤직비디오를 분석하기도 했는데,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 안의 ‘황금 그림자’였어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억눌러놓은 ‘나만의 빛’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중문화라는 형식을 빌려 전한 거죠.”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범위를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흥미로운 결과라고 해서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강하게 표현하면 오해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서는 정확성을 지키려고 합니다. 특히 유튜브 콘텐츠가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요. 영상을 보고 ‘이것만 하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나요.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다가 눈물이 터졌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기 마음을 발견하고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반대로 은둔 청년에 관한 콘텐츠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많이 보지 않더라고요. 이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영상이 조금이라도 닿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생각만큼 닿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요즘 자신의 마음과 심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오히려 너무 늦게 왔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정말 많은 지식을 배우는데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않잖아요. ‘나는 왜 이러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지’,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지’ 같은 질문들이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울 기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못 알려진 심리학 상식도 있을까요.
“긍정심리학의 아주 초기 형태만 널리 알려진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사람에게 계속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행복해질 거다’라고 외치라고 하는 식이죠.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마음 한쪽에서는 ‘지난번에도 실패했는데 정말 할 수 있어?’ 같은 반대 목소리가 올라올 수 있어요. 삶에는 괴로움이 분명히 있는데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그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콘텐츠는요.
“심리학 책이나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콘텐츠를 더 해보고 싶어요. 제가 클래식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지금도 뇌과학과 클래식을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 두 분야를 접목한 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유튜브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이정윤 기자
김지은의 뇌와 마음
www.youtube.com/@뇌와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