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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2005년 12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미국인에게 한미동맹은 ?


 작용.반작용 법칙은 물리 세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서운하면 상대방도 내게 서운하기 마련이다.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외교의 세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외교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비단에 쌓인 칼'이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견고하고 두 나라간의 연결고리는 공고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실체적 진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한미동맹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지한파의 이야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식 채널을 통해서 감지할 수 없는 미국의 기류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핼핀 미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10월 `해리티지'재단의 세미나에서 한미관계를 사견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빗대었다. "남북대화가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보노라면, 아일랜드식 초상집 밤샘이 생각난다. 동맹이라는 시신이 방 정면에 눕혀져 있고, 미국은 늙은 아저씨처럼 방구석에서 코를 골고 있다. 한국의 보수파들은 슬픔에 잠긴 유족들처럼 망자를 위해 열심히 기도한다. 나머지 한국 사람들은 방 뒤쪽에 서서 `망자는 건달에 주정뱅이였다'라고 음흉하게 속삭이는 북한이라는 친척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남은 건 장의사가 관을 봉하는 일이다."  한미동맹을 시신에 비유한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미국과의 공조를 부차시 해 온 한국정부에 대해 `서운한 속내'가 담겨져 있다. 자위차원에서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부이긴 하지만 `용인'하는 기류가 정치권 내에 있어왔고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사실이다.핼핀 위원은, 6자 회담과 한중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빗대었다. "떠오르는 중국이 6자 회담 음악 연주를 지휘하는 가운데 한국사회는 중국의 장단에 맞춰 열심히 악기를 연주한 것으로 비쳐진다. 한국은 중국의 품안에 떨어지려는 약한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잘 익은 사과와 같다."  핼핀의 진단은 정확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편향외교를 지양하고 4강과의 균형외교를 지향한다는 `동북아균형자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미.일과 중.러의 밀착관계 그리고 북.중의 밀월관계 속에서 균형자론은 `운신의 폭'을 갖기 어렵다. 결국 균형외교는 중국에 구애하는 것이다. 미국에게 한국-중국-북한의 연합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 미국에도 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다. 하지만 이는 균형자론과 별개이다.  최근 한국정부는 중국의 주요 교역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했다. 그리고 한.중 FTA협상을 조기에 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과 취한 발 빠른 조치는 지지부진한 한.미 FTA협상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시장경제지위 부여로 중국과 장기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자는 포석은 나쁠 것 없어 보이지만, 중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지렛대' 하나를 잃는 것이다. 산업구조 면에서 한국은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과거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이 누린 수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전략의 선택은 국운을 좌우한다. 집단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밖의 시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허장성세의 외교로는 국익을 추구할 수 없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대의가 한미동맹의 초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