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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2005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학자적 양식과 해괴한 논리


 우리 헌정사에 사사오입(四捨五入)개헌논리처럼 해괴한 논리는 아마 없을 것이다.  1954년 11월 29일 당시의 집권당이었던 자유당은 사사오입의 수학적 이론을 기묘하게 적용, 정족수 미달의 헌법개정안을 불법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자유당이 李承晩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제한을 철폐한다는 것을 골자로 제출한 헌법개정안의 통과선은 재적의원 2백3명의 3분의 2인 1백36석이었으나 11월 27일 국회표결에서 찬성 135, 반대 60, 기권 7, 무효 1표를 얻어 1표차로 부결됐다. 그러나 자유당은 이틀 후인 11월 29일 가결 정족수의 정확한 수치는 135.333…이지만 자연인을 소수점 이하로 나눌 수 없으므로 사사오입의 수학적 이론에 따라 가장 근사치 정수인 1백35명이 되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며 개헌안의 부결을 번복, 가결을 선포했다.  사사오입개헌은 절차상으로 정족수 미달이라는 점에서 위헌일 뿐 아니라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제한 철폐로 평등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점에서도 위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국내 수학계의 최고 권위자들이 해괴한 논리로 사사오입개헌을 정당화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보처장 명의의 특별성명에서 당시 수학계의 거목 2명의 이름까지 공개하면서 "이들도 정부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후에도 유신체제와 5공화국 등 권위주의적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해괴한 논리들을 제공하는데 적지 않은 학자들이 기여했다. 그런데 하나 기이한 것은 헌정사상 가장 탈 권위적이라는 盧武鉉정부 들어서도, 그것도 시기적으로 대통령이 연정을 제기했다가 국민과 언론, 야당으로부터 외면당한 후 희한한 주장들이 정부와 코드가 맞는 학자출신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간단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21세기인데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라는 취지의 국민 모독성 발언이라든가, "부(富)의 양극화 심화는 물론이고 외환위기, 성수대교 붕괴까지 지역정치구도 탓"이라는 취지의 논리가 그것이다. 지역구도 때문에 한강의 다리가 무너지고, 경제가 IMF관리체제하에 들어갔고,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는 주장은 사회과학을 공부한 학자출신으로서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가 뭔지도 모르는 괴변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지역구도와 이런 것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를 찾아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는 소위 `인과적 순서(causal order)'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한반도 분단고착의 원인도 미․소의 한반도 분할 점거와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 金日成의 불법남침 보다는 멀리 고종황제의 `정책실패'는 물론 이성계, 왕건, 고주몽을 거쳐 단군의 `잘못'으로까지 올라가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