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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2026년 9월] 인터뷰 신임 동창회장 인터뷰

“서울대 법대의 인연과 자산, 다음 세대로 이어가겠습니다”

“서울대 법대의 인연과 자산, 다음 세대로 이어가겠습니다”

법과대학동창회장
권오곤(법학72) 김앤장 국제법연구소 소장
 
고시 공부의 절박함 속에도 낭만은 있었다. 친구들과 모이면 서울대 교가의 가사를 익살스럽게 바꿔 불렀고, 시위 현장에서는 자유와 정의를 노래했다. 9월 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권오곤(법학72·사진) 신임 동창회장은 학창 시절의 노래를 떠올리며 오랜 인연을 돌아봤다. 함께 공부하고 고민했던 시간은 수십 년이 지나 모교에 대한 고마움으로 남았다. 권 회장은 “법대를 졸업했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 생각하면 참 고맙다”며 “그 고마움을 후배들에게 기여하는 마음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1979년 법관으로 임관한 권 회장은 22년간 국내 사법부에서 재직한 뒤 유엔 구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상임재판관,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전범 재판에 참여한 국제법 전문가다. 현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법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동창회장직은 선뜻 수락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젊은 동문들과 가까워지려면 회장부터 더 젊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 법대에서 받은 것이 많다는 생각에 5월 28일 동창회장직을 맡았다. 권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렇다면 2년 정도는 동창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꼽은 과제는 ‘연결’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법대동창회지만 젊은 동문들과의 접점이 줄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49회(95년 졸업) 이후 기수에서 기별 모임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눈여겨보고 있다. 권 회장은 “동창회의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서 나온다”며 “동기와의 인연도 중요하지만 선후배 간 유대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큰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주변 동문을 통해 한 사람씩 연결하고 기별 모임을 꾸릴 수 있도록 독려할 생각이다.

젊은 동문들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변호사시험을 치르는 재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해온 일을 사례로 들었다. 권 회장은 “‘우리를 챙기는 선배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결국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동문들을 직접 만나 관심사와 동창회에 바라는 점을 듣는 자리도 구상하고 있다.

동창회와 모교의 연결을 넓히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참고 사례로 든 것은 하버드 로스쿨의 동문 문화다. 졸업 후 일정한 주기를 맞은 동문들이 다시 학교에 모여 교수와 후배를 만나고 교류한다. 권 회장도 법대와 동창회가 함께 졸업 10·20·30·40주년 등을 맞은 동문들을 초청하는 홈커밍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배들이 다시 학교에 와 후배들을 만나고, 학생들도 어떤 선배들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배들의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판사·검사·변호사뿐 아니라 행정부와 외교 분야,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다양한 공공 영역에서 활동해온 동문들을 초청하는 방안이다. 권 회장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접했던 공공부문 동문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분야별 대화와 멘토링이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법학을 공부한 뒤 진로가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사회 여러 분야로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그가 생각하는 법대동창회는 단순한 친목단체에 머물지 않는다. 권 회장은 “법이 사회의 정의와 질서, 공공성을 지탱하는 기반인 만큼 동창회 역시 법조인의 품격과 공공정신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조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는 현실에 대해서도 “주어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다 보면 신뢰는 다시 회복될 것”이라며 “정의와 형평을 중요하게 배운 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사회공헌 구상으로도 이어진다. 전임 강용현 회장 재임 때 적십자사 봉사활동에 참여한 권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간 제도적인 사회공헌을 고민하고 있다. 임기 중 사회공헌위원회를 꾸려 법률 자문이나 재능기부, 후배 대상 특강 등 동문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활동을 시작하는 방안이다. 그는 “아직은 구상 단계”라면서도 “법대가 가진 전문성을 나눌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오랜 법관 생활과 국제무대 경험을 거치며 지켜온 기준은 단순하다. 그는 “원칙을 지키고 열심히 일하고, 일상에서는 겸손하게 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 꼽는다면 ‘협업’이다. “아무리 뛰어난 판사라도 연구관이나 보좌진과의 협업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료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동창회 운영도 동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년의 임기를 마친 뒤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권 회장. 그 전에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누렸던 인연과 자산을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일이라 말한다. 권 회장은 “모교를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시 모여 서로를 기억하고 후배를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며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후배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공간, 그런 동창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