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호 2026년 9월] 뉴스 포럼
AI가 계산할 때, 인간은 ‘왜’를 물어야 한다
GPT-6 아스트라 성능 주목, 기술주권과 ‘호모 인텐티오’ 강조
AI가 계산할 때, 인간은 ‘왜’를 물어야 한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GPT-6 아스트라 성능 주목
기술주권과 ‘호모 인텐티오’ 강조
9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본회 주최 조찬포럼이 열렸다. 이날 특별 연사로 나선 미래탐험연구소 이준정 대표는 ‘AGI시대, 기술주권과 문명의 전환’을 주제로 인공지능(AI) 기술의 현황과 국가·기업·개인이 나아갈 방향을 논했다. 이 대표는 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서 30여 년간 산업기술을 연구했다. 현재는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정 모교 전임 총장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등 각계 동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강연 서두에서 이달 3일 공개된 GPT-6 아스트라를 언급하며 AI 기술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강연 자료에 제시된 에포크 역량 지수를 근거로 “이미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다”며 “지능을 인간이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여러 과제에서 AI의 추론 능력을 비교한 해당 지수에서 아스트라가 인간 기준선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가 인간보다 나은 성과를 보일 때마다 AGI의 판정 기준도 함께 뒤로 밀려왔다고 지적했다. 지식과 수학, 논리적 추론, 코딩 등에서는 이미 AI가 인간보다 우세한 영역이 뚜렷하지만, 인간은 매번 새로운 기준을 내세우며 판단을 유보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여전히 더 나은 판단을 보이는 지점도 존재한다면서도, 기능의 측면에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를 기존의 ‘답하는 기계’와 구별했다. 사용자의 목표에 따라 과업을 나누고, 수행 결과를 검증·수정하며 다음 작업으로 나아가는 ‘행동하는 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생성형 AI와 차이가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각 에이전트에 연구·분석·검증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맡기고 그 결과를 종합한다면, 지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던 과제의 속도가 크게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RNA 암 백신과 초전도 신소재, 생명공학 의약품,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 기술 등을 예로 들며 “100년이 걸리던 과제도 앞으로 5~10년 안에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의 변화가 곧바로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AI가 지닌 능력에 비해 이를 실제 업무와 제도 안에서 활용하는 인간의 역량은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경쟁력을 모델 성능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전력·반도체·네트워크·데이터를 갖춘 연산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역시 단순한 정보 저장소가 아니라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막대한 계산을 수행하며 ‘지능 토큰’을 생산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AI 시대의 인간상을 ‘호모 인텐티오(Homo Intentio)’로 제시했다. AI보다 더 빨리 계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실현할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AI는 계산을 잘하지만, 인간은 결정하는 사람”이라며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결과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사용자의 맥락과 목적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건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그럴듯하지만 엉뚱한 답을 낼 수 있으며, AI가 학습한 가치체계 역시 결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구를 중심으로 구축된 AI가 한국 사회의 가족·공동체·책임·조화와 같은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AI에게 여러 방안을 제시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교육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전문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배움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며, 배경지식이 있어야 더 정확하고 깊은 질문을 던지고 AI의 결과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와 기업에도 각자의 ‘인텐티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모든 AI 기술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기보다 민감한 업무와 고유한 지식에는 자체 역량을 갖추고, 범용 영역에서는 세계적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AI 주권의 목적은 고립이 아니라 ‘선택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자사의 비전과 업무 경험을 반영한 AI를 활용하고, 관리자는 인간 구성원과 AI 에이전트를 함께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에게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일을 보조하고 삶의 선택지를 검토하는 협업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걸러내며 책임 있게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그는 “우리는 각각 AGI라는 갑옷을 입은 것”이라고 비유하며, AI를 적극 활용하되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까지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연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여러 동문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포럼 참석자 전원에게는 책 ‘호모 인텐티오’(미래탐험)가 제공됐다. 매 분기 열리는 조찬포럼은 본회 홈페이지(snua.or.kr)와 본지 ‘행사’란에서 개최 일시를 확인할 수 있다. 장민서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