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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2026년 9월] 뉴스 포럼

“어려울 때 절대 도망가지 말자는 생각이 몸에 배었다”

45년 경영 인생서 얻은 교훈 공유, 성찰·경청·도전의 중요성 강조
“어려울 때 절대 도망가지 말자는 생각이 몸에 배었다”

권영수(경영75) LG에너지솔루션 상근고문
 
45년 경영 인생서 얻은 교훈 공유
성찰·경청·도전의 중요성 강조
사람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을 돌아보라

관악경제인회(회장 서병륜)가 8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2026년도 제2차 정기조찬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식(기계72) 총동창회장, 유홍림(정치80) 서울대 총장 등 동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연사로는 현재 서울대 상과대학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권영수(경영75·사진) LG에너지솔루션 상근고문이 나섰다. 권 고문은 LG그룹에서 45년간 몸담으며 사원에서 부회장까지 오른 ‘LG그룹의 신화’로 불리는 경영자다. 

그는 “어려움은 뭔가 배움이 필요할 때 오는 것”이라며 자신의 경영 인생에서 맞닥뜨린 실패와 위기를 되짚었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배움을 찾았던 경험들이 결국 리더십과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기획·관리·전략 분야에서 출발해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전지사업본부,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등을 거치며 얻은 교훈을 차례로 풀어냈다.

첫 번째 위기는 임원 승진을 앞두고 처음 직접 사업을 맡았을 때 찾아왔다. 사업 경험 없이 뛰어들었다가 큰 적자를 내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주변에서는 회사를 떠나라는 말도 나왔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온 직원들을 생각해 마음을 바꿨다. 그는 “그때부터 어려울 때 절대 도망가지 말자는 생각이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실패를 통해 고객과 경쟁사, 자신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하는 자세도 배웠다고 했다.

두 번째 위기는 IMF 외환위기 당시 M&A 업무를 맡으며 겪었다. 어렵게 추진한 해외 기업과의 협상에서 계약 직전 상대가 조건을 크게 뒤집었다. 이미 주요 관계자들이 현지에 도착한 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고, 권 고문은 또다시 사표를 고민했다. 그러나 첫 실패 때를 떠올려 다시 문제와 맞섰다. 상대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분석해 핵심 책임자를 설득했고, 결국 손실의 상당 부분을 되돌려 받았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며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위기는 CEO가 된 뒤 자신감이 커졌을 때 찾아왔다. 자신은 직원들을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상향식 평가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권 고문은 당시 아버지가 전해준 ‘사람을 다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의 글귀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후 전문 코칭을 받으며 직원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차츰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습관을 갖게 됐다. 자기성찰은 자연스럽게 ‘경청’으로 이어졌다. 권 고문은 “자기성찰을 하려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며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감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권 고문은 경청을 단순한 의사소통 기술이 아닌 리더십의 핵심으로 봤다. 그는 “경청하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상대의 마음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털어놓은 상대에게 행복감까지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위기로는 LG화학 전지사업본부를 맡았을 당시를 꼽았다. 승진 이후 더 큰 조직을 기대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배터리 사업을 맡게 됐다. 당시 회사가 선택한 파우치형 배터리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안전성과 내구성 등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었다.

그는 기존 강자들을 그대로 뒤따라가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객의 요구를 직접 듣고 경쟁 제품보다 같은 부피와 무게에서 용량을 크게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기술진의 노력에 더해 과거맺어둔 인연을 활용해 필요한 소재를 확보했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수주로 연결시켰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혼자 강한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권 고문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려면 평소 다른 사람에게 먼저 베풀고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위기이자 도전은 LG유플러스를 맡으면서 찾아왔다. 권 고문은 구성원들에게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하자고 주문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시 국내 통신업계 3위였던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협업이었다.

직원들조차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그는 “어차피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해보자”고 독려했다. 냉담한 반응에도 여러 차례 상대를 찾은 끝에 협업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를 통해 리더에게는 때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제시하고 부딪혀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강연을 마치며 다섯 번의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다시 짚었다. 어려울 때 도망가지 않고 맞설 것, 불가능하다고 단정하지 않을 것,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것, 경청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 평소 베풀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등이다.

그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배움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며 “때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목표에도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패와 위기는 피해야 할 순간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이 필요한 때 찾아오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오늘 이야기가 앞으로의 삶과 성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행복할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