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2005년 1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제 정신일 때 기부해야죠!"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의 문턱에서 한 여인이 수줍게 보여준 결단이 주위 사람들에게 훈훈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에 장학기금으로 15억원의 출연을 선뜻 약정해 동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던 申明珪(생물교육54졸)여사의 말 한마디가 또 한번 신선한 충격과 깨달음을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부친 申奭鎬(경성제대26 29)교수와 남편 朴冠鎬(화학교육47 51)교수의 임종을 옆에서 지켜봐야했던 申여사는 사랑하는 이들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끝내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다는 고백이다. 특히 평생을 후학 양성에 헌신하면서 사범대학동창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동창회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과 열의를 보였던 남편이 유언 한마디를 남기지 못한 것을 보고 깨달은 것이 바로 제 정신일 때 기부할 것은 기부해야죠라는 소박한 결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의식이 또렷할 때 남편의 뜻에 부합되는 보람된 곳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있던 중, 서울대 총동창회에서 장학빌딩을 건립해 장학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더욱이 자신의 전 재산 대부분을 장학기금으로 출연하면서도 오히려 이런 보람된 기회를 마련해 준 동창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申여사의 발언에 주위가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재산을 둘러싸고 대기업 총수 형제들조차 정신을 못 차리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세상에 한 지성인이 보여준 이 소박한 기부행위야말로 서울대 동문 모두의 귀감이자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마감하면서 모교에 불어닥친 갖가지 역풍을 막으며 어느 해보다 역동적으로 달려온 총동창회에 기대를 걸어 본다. 申여사가 다시 한번 일깨워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물결이 동문 사이에 꾸준히 그리고 힘차게 퍼져 나가, 새해에는 동문들의 꿈이자 비전인 장학빌딩이 서울 한 복판에 우뚝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리라! 〈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