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호 2026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AI 시대의 인류
AI 시대의 인류

김희원(인류89)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본지 논설위원
AI 없이 살 수 없게 됐지만
AI 없이 사는 시간도 필요
얼마 전 모교 컴퓨터공학부 전공과목 시험에서 학생들이 사용이 금지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제출했다가 감점 처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AI 부정 사례가 있었는데 논란이 더 커진 듯했다. 학생회가 ‘AI 사용을 인정한 학생은 성적 불이익을 받고 AI를 쓰고도 부인하거나 적발되지 않은 학생은 불이익을 받지 않았을 수 있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서를 내 공정성 이슈를 불붙인 탓이다.
학생들 스스로 AI 사용을 인정했으니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없어 보인다. 담당 교수는 해당 과제가 단지 성적을 매기는 절차가 아니라 학습 자체여서 AI에 떠넘기면 학생들이 배우는 게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AI 사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평가 공정성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담겼다. AI를 널리 활용하는 이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 아니 학습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직접 해봐야 배운다는 말이 당연해 보이지만 ‘앞으로 AI가 다 할 텐데 굳이 내가?’라는 반문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일이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언론계에도 딜레마가 있다. 나는 한국일보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제정한 책임자였고 준칙에서 기자 업무 전반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 범위를 넓게 허용했다. 하지만 견습기자 교육에 들어가면 AI로 기사를 쓰지 말라고 교육한다. 기사 쓰기 실력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신이 쓴 기사를 다른 기자가 쓴 기사 또는 데스크가 고쳐준 기사와 비교해 보는 것이고,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이것이 뇌의 근육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가장 유용할 저연차 기자들이 정작 AI를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글쓰기뿐 아니라 기사 기획, 인터뷰 질문지 준비, 이슈에 대한 쟁점 정리 등에도 AI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AI 의존이 심해지면 결국 공론장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줄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잊혀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 나는 걱정스럽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정리하는 데에 탁월하지만, 기존 데이터가 없는 새로운 사실을 검증하고 평가하고 제안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인류는 AI와 살면서 AI 없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학교에서든, 업계에서든 이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자유롭게 쓰는 환경에 두고선 적발에 급급해서는 갈등의 불씨만 될 뿐이다. 평가를 둘러싼 갈등은 구술시험처럼 원천적으로 AI를 안 쓰는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이 AI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만의 역량이 무엇인가? 이를 찾는 것이 AI 시대에 인류의 과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