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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호 2026년 8월] 오피니언 논단

잠재성장률 반등에 달린 한국경제 미래

양극화가 성장세 회복 걸림돌, 과감한 노동·규제 개혁 시급
잠재성장률 반등에 달린 한국경제 미래

전광우(경제69)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초대 금융위원장
 
양극화가 성장세 회복 걸림돌
과감한 노동·규제 개혁 시급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속에 지정학적 갈등과 AI 디지털 혁명은 산업 대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6년 세계 경제는 AI 초호황과 첨단기술 투자 확대가 중동전쟁과 에너지 충격의 악재를 상쇄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비교적 견실한 3% 수준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으나 인플레 압박과 국가 간 격차 등 성장의 질은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AI 분야의 자본 집중에 따라 다른 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과도한 정책 불확실성은 각국의 전략적 대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도 반도체 수출 급증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2%대 중반으로 상향되고 있지만 성장세 회복의 양극화라는 K-자형 구조는 큰 걸림돌이다. 첨단 메모리 초호황에 따른 깜짝 성장을 빼면 1% 성장도 위태롭고 중장기 예상 또한 1%대의 낮은 잠재성장률 수준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커진다. 물론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 일변도의 상황은 아니다. 반도체-자동차-방산 등의 세계적 경쟁력, 제조업 기반, 우수한 인적자본과 양호한 대외 건전성은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다. 다만 경기 순환적 호황이 구조적 쇠퇴를 가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이 곧 미래 생존력이 되는 시기에 잠재 성장력 강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국 경제 정점론’이나 세계은행(WB) 등의 ‘잃어버릴 10년’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국가 경제 전반에 걸친 기초체력을 강화해 성장 동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 정부도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강력한 실천 의지와 구체적 실행 전략이 관건이다. 

잠재성장률이란 단기적 경기부양으로 높이는 성장률이 아니라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한다. KDI 등에 따르면 고도 성장기 이후 오랫동안 지속 하락해 온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1%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고 현 추세로는 2040년에는 0% 내외, 그 이후에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이며, 이를 상쇄할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 향상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의 핵심 결정 요인인 노동·기술·자본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 패키지와 해당 분야의 강도 높은 개혁이 필수 과제다.

첫째로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대비 30%~40% 낮고 OECD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노동시장의 ‘52시간제’ 등 경직성과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성과와 생산성 중심의 임금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노동 개혁의 목표는 근로자가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에서 높은 일자리로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제도 도입 또한 임금체계 개편과 직무 중심의 인사제도 혁신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OECD가 거듭 강조하듯 노동시장 유연성과 평생 직업교육은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정책이다. 

둘째는 창의적-생산적 금융의 확산이다. 금융은 단순한 자금 중개 기능을 넘어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본을 연결하는 경제의 튼실한 심혈 기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혁신기업과 벤처, 첨단 제조업, 바이오, 에너지 전환, AI 산업 등 실물경제에 장기 모험자본이 원활히 공급되는 금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성숙한 투자 문화 구축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촉진하면서 국내외 자금이 한국 시장을 신뢰하고 장기 투자처로 이끄는 작업도 중요하다. 아울러 단기적 투자 관행과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른바 ‘롤러코스피’로 불리는 과도한 증시 변동성의 정상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로 과감한 규제 혁신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의 규제 예측 가능성과 기업 환경 개선을 강조한다. 의료, 교육, 금융, 바이오, 디지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여전히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이고, 특히 산업 대전환 시대에 규제 혁파는 더더욱 중요하다. 금지된 것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과감히 확대하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좋은 규제”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벤 버냉키의 경구도 기억할 만하다. 

한국이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적은 인구로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시장과 교육, 금융과 규제, 기업 생태계를 함께 바꾸는 일관되고 포괄적인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시간과 재원을 구조개혁에 활용하고 글로벌 지경학적 도전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면 더 큰 희망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