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81호 2026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마법 같은 도전, 로켓랩을 아시나요 

마법 같은 도전, 로켓랩을 아시나요 


주용석(경제92)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대표
본지 논설위원 
 
로켓랩이란 회사가 있다. 세계 최대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대항마로 꼽히는 곳이다. 과문한 탓에 기자는 최근에야 알게 됐지만 로켓랩은 업계에선 이미 유명한 스타 기업이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보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로켓랩 창업자 피터 벡은 머스크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벡은 뉴질랜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인들과 달리 스탠퍼드나 하버드, MIT 같은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고졸의 독학 엔지니어다. 첫 직장은 식기 세척기 등을 만드는 뉴질랜드 가전회사였다. 고교 시절 진로 상담 교사는 벡의 부모에게 “아드님은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했다. 로켓광이었던 벡이 로켓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갖겠다고 하자 “꿈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충고한 것. 변변찮은 산업도 없고 양이 사람보다 많다는 나라에서 로켓 발사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민간 기업이 로켓 발사를 한다는 건 생각하기도 힘들 때였다. 그럼에도 벡은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미션 임파서블’ 같은 일을 해냈다.  

로켓랩은 스페이스X 다음 가는 로켓 발사의 강자다. 여러 업체 중 간신히 2등이 아니다. 스페이스X를 빼면 경쟁자라고 할 만한 곳이 없는 압도적 2등이다. 미국 공군, 나사(NASA) 등의 우주 프로젝트에서도 확고한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로켓랩의 주력은 소형 로켓 ‘일렉트론’이다. 스페이스X가 대형 로켓에 집중하는 반면 로켓랩은 소형 로켓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과거 위성은 대형 버스만 했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 덕에 핸드폰 크기만큼 작게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 기상 관측, 지상 촬영, 통신, 정찰 등 다양한 이유로 지구 궤도에 위성을 올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소형 로켓은 대형 로켓보다 화물 적재량은 적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로켓랩은 이 시장을 파고들어 소형 로켓 발사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이제는 스페이스X가 독점하는 중대형 로켓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형 로켓 ‘뉴트론’ 개발에 나서면서다. 위성은 물론 고성능 태양전지 등 각종 우주 장비도 직접 만든다. 최근에는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스 인수를 발표하며 사업 영역을 위성 통신 서비스로까지 확대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벡은 머스크나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처럼 갑부가 아니었다. 로켓랩은 2006년 설립 이후 오랫동안 돈에 쪼달렸다. 그래서 더더욱 혁신에 매달렸다. 3D 프린팅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로켓 엔진을 찍어내고 로켓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요트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를 채택한 게 대표적이다. ‘러더퍼드’란 이름이 붙은 로켓랩 엔진은 업계 최초로 전기 펌프를 이용해 연료를 공급하는 혁신을 이뤘다. 뉴질랜드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우린 돈이 없다. 그러니 생각해야 한다”고 했는데 로켓랩이 딱 그랬다.   

로켓랩은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로켓 발사장을 직접 운영한다. 뉴질랜드 외딴 섬에 있는 마히아 발사장이다. 덕분에 원하는 시간에, 더 자주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8월 5일 기준 60조원을 넘는다. 

벡이 진로 상담 교사의 말을 듣고 꿈을 접었다면 지금의 로켓랩은 없었을 것이다. 인류가 우주로 가는 길도 지금보다 더 험난했을 것이다. 벡은 자신의 회사를 다룬 <로켓랩> 서문에 “희박한 가능성과 불가능,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마법이 일어난다”고 썼다.

 한국에서도 이런 마법이 많이 일어나면 좋겠다. 단지 불가능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도전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