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호 2026년 8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밥 위에 요리를 올립니다”…유부초밥을 한 끼로 바꾼 개발자
직장인 맛집 ‘도제’ 브랜드 키워, 일식 덮밥에서 식빵까지 메뉴 확대
“밥 위에 요리를 올립니다”…유부초밥을 한 끼로 바꾼 개발자

정한석(컴퓨터98) 올투딜리셔스 대표
직장인 맛집 ‘도제’ 브랜드 키워
일식 덮밥에서 식빵까지 메뉴 확대
“제가 먹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7월 29일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한석(컴퓨터98·사진) 올투딜리셔스 대표는 좋은 외식 브랜드의 조건을 묻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준을 꺼냈다. 흔히 말하는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약속이 실제 재료 선택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투딜리셔스의 토핑 유부초밥 브랜드 ‘도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제는 전국 주요 백화점 식품관을 중심으로 31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지점은 50개, 작년 매출액은 210억원에 이른다. 정 대표는 덮밥 외 베이글과 식빵 등 여러 식음료 브랜드를 운영하고 해외에서 검증된 외식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음식에 깐깐한 기준을 세운 그는 요리사 출신이 아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네이버와 이베이 등 IT기업에서 약 10년간 일했다. 외식업과의 인연은 직장생활 중 참여한 식음료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KT&G와 BHC, 배상면주가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외식 브랜드를 기획하는 일에서 뜻밖의 적성을 발견했다. 정 대표는 “전혀 다른 분야를 빠르게 이해하고 따라가는 제 모습이 신기했다”며 “돈을 벌기는 힘든 분야였지만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결국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판교에 일식 덮밥집 ‘도제’를 열었다. 하지만 컨설팅을 통해 바라본 외식업과 실제 매장 운영은 전혀 달랐다. 세 곳을 잇달아 열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이를 “완전한 판단 착오”였다고 토로했다. 두 곳을 정리한 뒤 남은 매장에 직접 매니저로 들어가 현장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고된 경험은 도제를 판교 직장인들이 찾는 맛집으로 키웠다. 입소문을 접한 신세계백화점 측이 입점을 제안하면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백화점 식품관의 빠른 흐름과 포장 판매에 어울리는 메뉴를 고민한 끝에 유부초밥을 선택했다. 겉보기에는 다른 음식이지만 정 대표가 본 덮밥과 유부초밥의 구조는 같았다. 덮밥이 그릇에 밥을 담고 요리를 올린다면, 유부초밥에서는 유부가 작은 그릇이 된다. 그는 “새로운 음식을 시작했다기보다 덮밥을 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제는 기존 유부초밥처럼 날치알이나 단무지를 곁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밥 위에 요리를 올린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도제는 이 같은 유부초밥의 원조 격이다. 생연어와 우삼겹, 제육김치 등 하나의 요리로 볼 수 있는 토핑을 유부 위에 큼직하게 올렸다. 한식과 일식은 물론 유럽과 미국 음식에서 착안한 것까지, 지금까지 개발한 메뉴만 300∼400가지에 이른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 지금도 그는 모든 메뉴를 직접 확인한다. 전문 인력들과 방향을 기획하고 시제품을 맛보며 의견을 나눈다. 생산과 매장 운영은 맡길 수 있어도 외식업의 중심인 메뉴만큼은 대표가 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2018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토핑 유부초밥을 선보인 뒤부터 지금까지 판매한 유부초밥은 수천만 개로 추산된다. 초밥 한 상에 곁들이던 음식이 다양한 요리를 담는 독립적인 외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셈이다. 정 대표는 “비슷한 형태의 토핑 유부초밥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로도 확산됐다”며 “파리에서는 이를 ‘K-푸드’로 인식해 먹는다”고 했다. 푸짐한 토핑을 올린 유부초밥이 해외에서 한국식 외식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장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백화점 방문객이 줄면서 회사도 큰 위기를 맞았다. 돌파구는 이전부터 준비하던 ‘도제식빵’이었다. 온라인 출시 후 컬리와 쿠팡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오프라인에 집중됐던 사업 구조를 넓힐 수 있었다. 정 대표는 당시를 “생존을 위한 고민이 새로운 기회로 이어진 시기”라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해외 외식 브랜드 도입과 유명 셰프와의 협업으로 사업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오니기리 브랜드 ‘교토 오니마루’를 국내에 들여왔으며,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에서 알려진 ‘오니기리 고리짱’의 국내 출시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박주성 셰프와는 메밀면 브랜드 ‘소바주’ 팝업을 진행했다. 셰프의 전문성과 해외 브랜드의 경쟁력에 올투딜리셔스가 쌓아온 브랜드 기획, 생산·유통, 백화점 운영 경험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백화점 밖에 있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더 큰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유부초밥과 오니기리 등 쌀을 기반으로 한 ‘라이스 델리’는 회사가 오랫동안 다뤄온 분야다. 그는 “국내에서 쌓은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며 “쌀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음식과 브랜드를 더 넓은 시장에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