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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2026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한 해 1조 달러 수출, 피크 코리아

김창균(경제80)  본지 논설위원  조선일보 이사 주필
한 해 1조 달러 수출, 피크 코리아

김창균(경제80) 
본지 논설위원 
조선일보 이사 주필
 
선진국서 태어난 젊은세대에
어떤 나라 물려줄 수 있을까 
 
6월 한 달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전 세계 4번째, 일본도 아직 밟아 보지 못한 고지다. 올해 전체 수출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조 달러, 꿈같은 수치다.

중·고등학교 다니던 50년 전, 영화가 상영되기 전 나오던 ‘대한 뉴우스’에서 100억 달러 수출을 독려하는 아이템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관제 동원 캠페인에 세뇌됐던 시절 “어서 저 목표를 달성해야 할 텐데” 조바심냈던 기억이 난다. 1964년 1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수출의 날’이 제정됐고 그 100배인 100억 달러 수출을 1977년 달성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르는 사이 또 다시 100배로 늘어난 1조 달러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 60여 년 동안 나라 외형이 1만 배가량 늘어났다는 얘기다. 필자는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가를 거치며 어른이 됐고 어느새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서 인생 후반기를 맞고 있다. 세계 어디 내놔도 부럽지 않은 번영의 발자취였다.

주머니만 두둑해진 벼락부자가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대박이 터졌다 하면 K 콘텐츠요, 유튜브에는 우리 식생활을 배우려는 K푸드 먹방이 넘쳐나며, 미국 대통령을 따라왔던 백악관 여 참모들은 바쁜 일정을 쪼개서라도 K뷰티 쇼핑을 빼놓지 않을 정도다. 중국 관광객만 넘쳐 나던 명동 거리엔 세계 각국 인종이 형형색색 뒤섞여 있다. 한국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나라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 자랑스러운 도약 과정에 나도 함께 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제일 높은 곳까지 왔다는 느낌, 이제부터는 내리막길만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찜찜한 기분이 스멀스멀 밀려 온다. 제조업 경쟁력은 하나하나 중국에게 따라 잡히더니 메모리 반도체와 고부가 가치 조선 분야 정도만 남았다. 그마저 몇 년 뒤 사정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다큐를 보면서 가슴이 내려앉았다. 15억 인구 중국에선 천재, 수재 할 것 없이 머리 좋은 청년들은 새 기술 개발해서 일확천금을 벌겠다고 공대에 몰려든다. 5000만 인구 대한민국에선 평생 안정된 소득을 확보하겠다며 유치원 때부터 의대 입시 경쟁에 ‘올인’한다.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여야 정당 돌아가는 꼴은 어떤가. 한쪽은 친명이니 친문이니, 반대편은 부정선거가 있느니 없느니 한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신흥 선진국에서 태어난 우리 젊은 세대들은 어떤 나라에서 인생 중후반기를 맞게 될까. 반짝 빛나는 찰나의 정점을 맛본 뒤 내리 뒷걸음질만 기다리는 세상을 물려주게 되는 게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