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호 2026년 7월] 오피니언 재학생의 소리
이토록 사랑스러운 쳇바퀴
이종민(의학·벤처경영23)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 (SNUSV.NET) 회장
이토록 사랑스러운 쳇바퀴

이종민(의학·벤처경영23)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
(SNUSV.NET) 회장
오랜 시간 입시판에서 방황했다. 다시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동기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바라왔던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상하게도 기쁨보다 공허함이 앞섰다. 내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안주하고자 함이었나? 스스로 되물었을 때 분명 내 대답은 ‘아니’였다. 늦깎이 새내기의 입학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걸, 나는 그제야 알았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물이든 눈이든 몸을 던질 수 있으면 좋았고, 늘 어딘가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 호기심을 따라 온갖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유독 눈이 반짝이는 이들이 있었다. 사업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만드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이었다. 나이도, 전공도, 배경도 제각각이었지만 그 반짝임만은 똑같았다. 나는 그 빛이 너무 좋았고, 내 눈에도 그것을 담고 싶었다. 나는 그 반짝임을 쫓아 창업의 세계로 들어왔다.
“의대인데 왜 창업을 해요?” 창업을 결심하고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불확실하고 거친 미래일 텐데 나는 왜 나를 던졌을까. 막대한 부를 꿈꿨던 걸까, 남들의 인정을 바랐던 걸까. 아니면 그저 ‘대표’라는 이름표가 그럴듯해 보였던 걸까. 솔직히 지금도 다 알지는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내가 오래 헤맨 그 입시판에는, 방향을 몰라 혼자 무너지는 아이들이 지금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내가 너무 잘 안다는 것.
그래서 학생의 학습 계획을 자동으로 세워주고 성과를 점검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 전략을 제시해주는 교육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앱을 세상에 내놓던 날의 두려움과 떨림, 옅은 희망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사용자가 생기고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긴장과 고마움도 여전히 남아 있다. 화면 너머의 ‘고객’이 한 사람의 얼굴로 다가왔을 때, 수년간 입시판에서 방황했던 내가 겹쳐 보였다.
오늘도 나는 고민한다. 이게 정말 누군가에게 닿을지, 혹시 내가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이제는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세상의 문제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풀어 나가는 이 사랑스러운 쳇바퀴는 나에게 이미 관성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나는 호기심을 따라 살지만, 흥미에서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SNUSV에 들어오면서, 내 곁에 같은 길을 걷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얼마 뒤에는 이 단체의 회장을 맡게 되었다. 처음엔 창업과 비슷하리라 여겼지만, 막상 서 보니 전혀 달랐다. 창업이 없던 것을 새로 세우는 일이라면, 이 자리는 삼십 년간 쌓인 것을 물려받아 더 나은 모습으로 키워 가는 일이었다. 만드는 법만 알던 내가, 그것을 발전시켜 잇는 법을 그제야 배웠다.
아직 잘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래도 이것이 내가 정의한 창업, 내 인생이다. 내가 가고 싶은, 어쩌면 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토록 동경했던 그 반짝임이, 이제는 내 눈에도 조금은 담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