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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2026년 7월] 오피니언 논단

지역 메가프로젝트 성공 열쇠는 공동 교육

이혁재(전기83)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지역 메가프로젝트 성공 열쇠는 공동 교육

이혁재(전기83)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성장 전략으로 지역별 첨단산업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의 산업 기반을 고려한 전략산업을 권역별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광주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는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많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어느 한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더욱이 첨단산업 분야는 기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기존의 대학 교육체계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첨단산업의 기술 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융합될 때 이루어진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전자공학뿐 아니라 화학공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한다. 그러나 대학 교육은 여전히 학과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어 융합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필요한 과목을 소속이 아닌 다른 학과에서 이수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융합형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

둘째, 실무 중심 교육이 부족하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공정 실습, 장비 운용, 칩 제작 경험이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고가의 공정 장비와 칩 제작 환경을 충분히 갖추기 어렵다. 결국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기업에서 상당한 기간의 현장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AI 시대에 맞는 교육 혁신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해졌지만, 대학 교육은 여전히 강의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지역의 대학들이 인재 양성을 전담하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여러 대학이 협력하는 공동 교육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실습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며, 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하는 새로운 교육체계를 통해 대학 간의 강점을 결합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 교육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참여 대학과 산업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교육과정을 총괄·조정하는 허브가 필요하다. 서울대학교는 첨단 연구 인프라와 축적된 산학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공동 교육체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운영 체계의 혁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서울대학교는 공동 교육의 허브로서 대학 간 협력을 이끌고 교육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우선 공동 교육 체계에서는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교과목을 개설하고 학점교류를 확대하여 학생들이 소속 대학을 넘어 필요한 융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대학 학생들도 서울대학교의 교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서울대 교수들이 비수도권 대학을 직접 방문하여 강의를 수행하거나 지역 대학 교수들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둘째, 실무 중심 교육을 위해서는 반도체공동연구소와 같은 연구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학생들이 반도체 공정 실습, 칩 제작 등 실제 산업과 유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학 기간에는 전국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공정 실습과 프로젝트 교육을 수행한다면 대학 간 학생 교류도 활성화될 것이다. 

셋째, 산업체 전문가들을 교육에 참여시켜 실무 중심 교육을 받도록 한다면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정 수준 이상의 교과목과 실습교육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서울대와 참여 대학이 공동으로 전문인력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기업에도 해당 학생의 전문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이러한 공동 교육 모델은 인공지능, 바이오 등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도 적용된다. 이들 산업 역시 기술 혁신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고, 실무형 전문인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반도체와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전문인력의 수준에서 결정된다. 지역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여러 대학이 협력하는 공동 교육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가 축적해 온 교육 역량과 연구 인프라를 공유하여 공동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면,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