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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2026년 7월] 문화 공연안내

베이스 바리톤, 카운터테너…경계 넘어 만난 두 목소리

민상렬홀 콘서트 30회 공연, 사무엘 윤·정시만 성악가 듀엣 
베이스 바리톤, 카운터테너…경계 넘어 만난 두 목소리

왼쪽부터 사무엘 윤·김한길·정시만 
 
민상렬홀 콘서트 30회 공연
사무엘 윤·정시만 성악가 듀엣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138동 6층 민상렬홀. 통유리 너머로 관악산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전문 공연장은 아니지만, 어떤 콘서트홀보다 강한 감동을 선사한다. 연주자의 숨결과 표정이 그대로 전해지고, 관객은 음악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6월 17일 열린 민상렬홀 콘서트++ 30회 기념 공연 ‘Beyond the Boundary’는 그런 공간의 힘과 음악의 힘이 완벽하게 만난 무대였다. 세계적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성악90 본명 윤태현) 서울대 성악과 교수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카운터테너 정시만이 함께한 이날 공연은 제목 그대로 ‘경계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베이스바리톤과 카운터테너의 듀오는 흔치 않다. 공연 전 주희성(피아노88) 교수와의 대화에서 사무엘 윤은 카운터테너의 음역을 “메조소프라노 음역대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베이스바리톤과 여성 메조소프라노의 조합은 익숙하지만, 남성인 카운터테너와 베이스바리톤이 만들어내는 화성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음역대가 서로 맞물리면서도 음색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남성 성악가 두 명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공명은 낯설지만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이날 무대의 큰 매력은 프로그램 구성이었다. 바로크에서 독일 가곡, 한국 가곡과 현대 창작곡까지 장르와 시대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사무엘 윤은 국악과 오페라의 만남,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종합예술에는 장르의 구분이 없다”는 그의 말은 이날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윤학준의 ‘마중’은 객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한국 가곡이지만, 두 사람의 음색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울림은 익숙한 곡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어 사무엘 윤이 들려준 슈베르트의 ‘도플갱어’는 압권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절망과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공포를 노래하는 이 곡에서 그는 세계 정상급 오페라 가수다운 압도적인 표현력을 보여주었다.

공연 후반부는 더욱 깊은 감정의 세계로 들어갔다. 구모균의 ‘기억의 향기’, 조혜영의 ‘못잊어’를 소개하며 사무엘 윤은 스승 고(故) 이인영 교수와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레슨을 피해 다니던 학생을 끝까지 기다려주었던 스승에 대한 이야기는 노래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마음속 원수를 밖으로 내보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객석은 어느새 음악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또 하나의 의미를 지녔다. 30회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민상렬홀 콘서트의 성취다. 그 중심에는 서울대 음대 주희성 교수가 있다. 세계적 수준의 연주자들을 꾸준히 초청하고, 공대 건물 안에 문화예술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사무엘 윤 역시 세 번째로 민상렬홀을 찾았다. 좋은 관계가 좋은 음악을 부르고, 좋은 음악이 다시 공동체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30회를 맞은 민상렬홀 콘서트. 관악산을 배경으로 음악과 사람이 만나고, 학문과 예술이 경계를 허물며 공존하는 이 소중한 무대가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