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호 2026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80대에도 시를 계속 쓰는 이유? 사명이니까요”
‘짧은 시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경영학자·목회자·시인 활동
“80대에도 시를 계속 쓰는 이유? 사명이니까요”

양창삼(정치63) 한양대 명예교수
‘짧은 시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경영학자·목회자·시인 활동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은 대개 늦게 찾아온다. 곁에 있던 이가 하나둘 떠나고, 남아 있는 이의 숨결이 크게 느껴질 때 비로소 “고맙다”는 말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양창삼(정치63·사진) 한양대 명예교수의 시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는 그 늦은 깨달음을 짧고 담백한 문장에 담은 작품이다. 1만 1000여 편이 출품된 제3회 ‘짧은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양 동문을 서면으로 만나, 수상작에 담긴 사연과 시와 함께 걸어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엔 피싱 전화인 줄 알았습니다.” 양 동문은 수상 소식을 들은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응모도 생애 처음이었다. 한국시인협회 회원인 그는 협회 공지를 보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보냈다. 결과는 최우수상.
수상작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는 오래 살아온 이의 시선과 상실을 통과한 감사가 담긴 작품이다. ‘살아 있어서 고맙다.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는 구절은 거창한 수사 없이도 읽는 이의 마음을 붙든다. 그는 “죽음과 삶에 대한 사유가 깊어지면서 쓰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유는 추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가까운 친구들과 동생을 먼저 보냈다. 8년 전에는 아내가 큰 수술을 받았다. 양 동문은 “그 시간을 지나며 곁에 있는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깨달았다”며 “살아 있음에 대한 고마움, 존재의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아내에게, 목회자로서 만나는 교인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자주 합니다. 그때마다 서로 기뻐하고, 또 되풀이하게 됩니다.”
양 교수에게 시는 평생의 언어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에 관심이 많았고, 교내지에 자신의 시가 실릴 때마다 “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신기함을 느꼈다. 문리대 재학 시절에는 시학 강의를 듣고 문학반 활동도 했다. 1966년 첫 시집 ‘부르고 싶은 이름들’을 냈을 때는 박두진 시인과 정한모(국문47) 시인이 서문을 써주었다. 당시 문학계의 별과 같은 인물들이다.
그런 그에게도 시를 세상에 내보내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시집을 내거나 시를 발표할 때마다 시를 시집보내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시집은 16권, 쓴 시는 1570편이 넘는다. 첫 시집은 읽기에 매우 어려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시는 점점 쉬워졌다. 양 동문은 이를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요즘엔 아내가 시 좀 어렵게 쓰라고 하지만 지금이 좋습니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그의 이력만 놓고 보면 시인의 길은 의외처럼 보인다. 그는 문리대에서 정치학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그룹 기획조정실과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했으며, 이후 한양대에서 조직행동을 가르쳤다.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의 길도 걸었고, 연변과기대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치학, 경영학, 신학, 문학은 서로 멀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 이 길들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은 이 학문들이 서로 관계가 없다는 듯이 말을 하지만 저에게는 다 같습니다. 다 사람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경영자 역시 시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시가 현실을 보는 폭을 넓히고, 사람을 더 깊이 헤아리게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길 역시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있었다.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유화례 선교사의 권유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 활동과 신학 공부를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목회 현장에서 그가 자주 마주한 것은 외로움과 상처였다. 양 동문은 “외로움은 이제 전 세계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사회관계의 건강성과 도덕 자본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를 쓰는 일은 그에게 에너지다. 그는 자신에게 “시의 강이 흐르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시와 밀접하게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무엇을 보거나 생각할 때 상대의 입장에 서게 되고, 그것이 시로 변한다. 그는 “밤에 잠을 자다가도 문장이 찾아온다”며 “어둠 속에서도 일어나 메모한다”고 말했다.
요즘도 그는 늘 연구하고 글을 쓴다. 17번째 시집도 준비 중이다. 새 시집에는 ‘우리 손잡고, 가슴 벅차게’, ‘외로운 이여, 외롭다 하지 마라’, ‘그래도 괜찮습니다’ 같은 시들이 담길 예정이다. 제목만으로도 삶과 위로, 연대와 회복을 향한 그의 마음이 읽힌다.
80대에도 계속 쓰고 공부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사명”이라고 답했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허락되는 한 계속 생각하고, 글 쓰며, 의미 있는 시를 남기고자 합니다.” 그는 “시는 무엇보다 공감이 중요하다”며 “공감 능력이 클 때 우리 사회도 그만큼 밝아지고, 사랑이 넘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 동문은 교수로서, 목사로서, 시인으로서 앞으로도 연구하고 글을 쓰며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살아 있어서 고맙다.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 그 짧은 문장은 오래 사람을 공부하고 사랑해 온 한 인생의 고백처럼 들린다. 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