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호 2026년 7월] 뉴스 본회소식
수담으로 정 나눈 76년 차이 선후배
재학생 28명 포함 120명 참가, “승부 세계 넘어 화합하는 장”, 문리대동창회 단체 우승 차지, 로봇 바둑 4대, 애기가와 승부
수담으로 정 나눈 76년 차이 선후배

7월 5일 관악캠퍼스 제3식당에서 개교 80주년을 기념한 바둑축제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50학번부터 26학번까지 120여 명의 동문과 재학생이 참석했다.
재학생 28명 포함 120명 참가
검은 돌과 흰 돌이 오가는 반상 앞에서 학번의 간극은 잠시 사라졌다. 1950년에 입학한 원로 동문부터 올해 입학한 26학번 새내기까지, 세대를 달리한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담을 나눴다. 승부는 치열했지만 대국장 곳곳에서 더 눈에 띈 것은 반가운 인사와 웃음, 그리고 선후배가 한 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풍경이었다.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개교 8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제22회 동문 바둑축제가 7월 5일 관악캠퍼스 제3식당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단체전 11개 팀 33명, 개인전 88명 등 총 121명의 동문과 재학생이 선수로 출전했다. 이 가운데 재학생 참가자는 28명에 달했다.
올해 대회는 개교 80주년을 맞아 ‘동문 바둑축제’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바둑은 승패가 분명한 경기지만, 이날 대회장에서는 한 수를 놓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후배, 대국이 끝난 뒤 복기하며 웃음을 나누는 동문, 자녀 손을 잡고 대회장을 찾은 가족들이 어우러졌다. 재학생 바둑부가 운영을 맡아 대회 진행을 도우면서, 행사는 말 그대로 동문과 재학생이 함께 만드는 축제의 모습을 띠었다.
이준식(기계72) 총동창회장은 인사말에서 “동문 바둑축제는 승부의 세계를 넘어 동문들이 함께 화합하고 교류하는 장”이라며 “오늘 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홍림(정치80) 서울대 총장도 바둑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언급하며 “AI 시대에도 바둑은 각자의 개성과 삶의 경험을 담아내는 대화의 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지혜, 공동체 형성이 중요하다”며 세대를 넘어 함께한 이번 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95세 노익장 “내년에도 나오겠다”

이준식 총동창회장, 유홍림 총장, 최규팔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이대성 상임부회장, 최채우 대회 운영위원장, 송혜령 심판위원 등과 동문·재학생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국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승부 세계 넘어 화합하는 장”
문리대동창회 단체 우승 차지
로봇 바둑 4대, 애기가와 승부
올해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세대를 넘어 마주 앉은 참가자들의 모습이었다. 참가자 중 최고령자인 황긍연(생물교육50) 동문은 올해 95세의 나이로 대국장에 나왔다. 제1회 바둑대회에도 참여했던 그는 “올해는 못 나올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대회장에 나온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황 동문은 “내년에도 또 나오겠다”며 웃었고, 이날 D조 3위에 오르며 여전한 기력을 보여줬다.
황 동문과 대국한 태영민(경제21) 재학생은 “이런 동문 행사에 온 것이 처음인데, 대선배님들까지 함께하시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며 “올해 졸업하는데 내년에는 졸업생으로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황 동문과의 대국에 대해 “연세가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보다도 훨씬 많으신데 좋은 승부를 해 놀랐다. 아직 정말 정정하시다”고 했다.
26학번 새내기도 반상 위에서 선배들과 마주했다. 오현(농경제사회26) 학생은 초등학교 때 바둑을 시작했다가 수능을 마친 뒤 바둑부에 가입하며 다시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재미있다. 이런 대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선배님들이 연륜이 있어 잘 놓치지 않더라. 겨우 이겼다”고 웃었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와 오래전 모교를 떠난 선배는 한 수 한 수를 주고받으며, 학번과 나이를 넘어 바둑으로 마주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대회 분위기를 풍성하게 했다. 매년 자녀와 함께 대회장을 찾는 조장식(응용생물화학00) 동문은 “아이들이 바둑 두는 모습을 보고 계속 흥미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매년 데리고 오고 있다”며 “선배 동문의 자녀들도 또래라 아이들끼리도 친분을 쌓는 교류의 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보다 이 자리에 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내년에도 계속 나오고 싶다”고 했다.
대회장 한켠에는 AI 바둑 기계 4대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AI와 대국하며, 사람과 마주 앉는 승부와는 또 다른 재미를 즐겼다.
단체전에서는 문리대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2연패를 달린 농생대의 기세를 끊고 왕좌를 되찾은 문리대 팀은 “이기면 일단 좋다”면서도 “더 좋은 것은 꼭 이기는 것보다 1년에 한 번씩 모여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단체전 준우승은 인문대, 3위는 ‘22년의추억’ 팀이 차지했다.
시상대에도 세대의 폭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문별 개인전에서는 최강조 윤석철(화학80), A조 이한주(전기정보15), B조 김현태(농화학84), C조 이형철(제약70), D조 이영훈(사회사업64) 동문이 각각 우승했다. 최강조 준우승은 노근수(임산가공77) 동문이, 3위는 이주원(첨단융합26) 재학생이 차지했다.
대회 말미에는 모교 바둑부에 대한 격려금이 전달됐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특별상도 마련됐고, 본회 회장이 협찬한 상품권과 유홍림 총장이 협찬한 아이패드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도 행운권 추첨으로 전달됐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곳곳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참가자들은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수상을 축하했다.
이날 대회는 순위와 승패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남겼다. 7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같은 반상 앞에 앉은 참가자들은, 바둑이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오래된 언어임을 보여줬다.이정윤 기자

이준식 총동창회장(사진 오른쪽)과 유홍림 총장이 반상 앞에 마주 앉았다.
최고령 참가자인 50학번 황긍연 동문과 21학번 태영민 재학생의 대국.
AI 바둑 기계와 수읽기를 겨루고 있는 동문과 재학생.
“바둑은 아직 설명이 다 끝나지 않은, 깊고 넓은 세계”
최강조 우승 윤석철

10년 만에 동문 바둑축제에 참가한 윤석철(화학80·사진) 동문이 최강조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과 달리, 오랜 바둑 내공과 침착한 수읽기로 치열한 대국을 풀어냈다. 준결승에서는 재학생과 접전을 벌인 끝에 역전승을 거두며 세대 간 승부의 묘미도 보여줬다. AI 시대에도 그에게 바둑은 여전히 “설명이 끝나지 않은 세계”다.
-우승 소감은.
“10년 만에 시합에 나온 것 같은데, 우승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쁘다. 평소에 못 만났던 사람들을 오래간만에 볼 수 있어 반가웠고, 이렇게 다시 대회에 나와 좋은 결과까지 얻어 더 뜻깊었다.”
-오늘 기억에 남는 대국은.
“준결승에서 재학생과 둔 판이 기억에 남는다. 거의 진 바둑이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버티는 과정에서 기회가 왔다. 그 순간을 잡아 역전할 수 있었다.”
-바둑은 언제부터 뒀나.
“국민학교 4학년 때 시작했다. 직장 다닐 때는 바빠서 전혀 못 둔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은퇴해서 예전보다 많이 두고 있다. 기력은 타이젬 기준으로 8단에서 9단 사이다.”
-바둑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바둑은 설명이나 해석이 완전히 끝난 분야가 아니라 매력적이다. 요즘은 AI가 나와서 다른 관점도 생겼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굉장히 깊고 넓은 세계라고 생각한다.”
-AI 이후 바둑 공부도 달라졌나.
“지금은 사실 기풍이라는 것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공부는 AI로 한다. 다만 공부와 별개로 옛 일본 고전 기보를 많이 본다. 혼인보 슈사쿠의 기보를 좋아한다.”



D조 1위 이영훈·2위 손경오·3위 황긍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