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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호 2026년 6월] 문화 신간안내

“1인당 소득만으로 선진국이라 자만해선 곤란”

1961년~2025년 현대경제사 “농촌 잘사는 나라 진짜 선진국”
“1인당 소득만으로 선진국이라 자만해선 곤란”

한국경제사  
정대영(무역74)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한울
 
1961년~2025년 현대경제사
“농촌 잘사는 나라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 현대사는 기적의 역사다. 일제 식민 지배와 분단,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절망적 폐허 속에서 일어선 나라가 불과 반세기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6000 달러가 넘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눈부신 통계의 이면에는 주춤거리는 성장 엔진, 심화되는 불평등, 수도권 집중과 농촌의 소멸, 그리고 청년 세대의 미래 불안이라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이러한 시점에 34년간 한국은행에 몸담으며 경제 현장을 지켰고, 은퇴 후 충남 도고산 자락에서 흙을 일구며 경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정대영(무역74)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이 ‘한국경제사’를 발간했다. 3년 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 책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저자는 책을 펴내며 시중의 기존 한국경제사 서적들이 안고 있는 두 가지 한계를 지적한다. 첫째는 진영 논리에 갇혀 객관성을 잃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지나치게 먼 과거(조선 후기나 일제강점기)에 치우쳐 정작 우리가 살아 숨쉬는 현대 한국경제의 실상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정 소장의 ‘한국경제사’는 본격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1961년부터 2025년까지의 대한민국 현대 경제사를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해부한다. 저자는 굶주림부터 과소비까지 경제의 모든 스펙트럼을 온몸으로 겪어낸 세대의 의무감으로 펜을 들었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 분석과 건전한 경제 상식을 바탕으로 험난하고 오해받기 쉬운 ‘중립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간 흔적이 행간마다 역력하다.

책은 총 5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돼 전개된다. 1960년 이전의 혼란기를 간결하게 정리한 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1960~70년대의 도약기(2장), 고통스러운 혼란 속에서도 물가 안정과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한 1980~90년대의 고성장기(3장)를 살핀다. 이어 ‘경제의 6·25’라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과 그 후 찾아온 짧은 번영(4장), 그리고 선진국 초입에서 장기 침체와 사회적 불평등에 직면한 2008년부터 2025년까지의 성찰기(5장)를 관찰한다. 역대 정부의 공과를 좌우의 편견 없이 냉정하게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중앙은행 출신 경제전문가의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제시하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남겨진 과제’는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1인당 소득만으로 선진국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오랜 기간 축적된 국부의 격차에서 유럽이나 일본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위 10~20%가 누리는 풍요의 이면에 소외된 중하위 계층과 소멸해 가는 농촌의 곤궁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농촌이 잘사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라는 일침을 던지며, 진정한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5가지 개혁 과제를 제안한다. 물가·환율·부동산을 안정시키는 ‘질 좋은 성장’, 비정규직도 괜찮은 일자리로 바꾸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소득세 중심의 조세 개혁, 금융 혁신, 식량 자급률 제고를 위한 농촌 완전고용제 도입, 그리고 집값·사교육비 등 고비용 구조의 완화 등이다.

저자는 여전히 원고지에 펜을 꾹꾹 눌러 글을 쓰고, 도고산 자락에서 직접 기른 매실과 감을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지성인이다. 그가 농부의 마음으로 길러낸 이 책은 영문판 번역을 거의 마치고 해외 배포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주임교수를 역임한 그의 저서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와 ‘동전에는 옆면도 있다’는 ‘시사IN’이 선정하는 ‘올해의 책’에 꼽힌 바 있다. 현재 우리술문화원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전통주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