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호 2026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영화 ‘파과’ 아시안 아트필름 페스티벌 심사위원 대상
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4연임, ‘여고괴담…’‘파과’ 등 연출
영화 ‘파과’ 아시안 아트필름 페스티벌 심사위원 대상

민규동(경제89) 영화감독
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4연임
‘여고괴담…’‘파과’ 등 연출
DGK(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CISAC(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 총회 참석차 파리에 다녀온 민규동(경제89·사진) 감독을 귀국 이튿날 서울 중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민 감독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파과’ 등을 연출한 중견 영화감독이다.
전 세계 220여 개 저작권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AI였다고. 첫 영화가 나온 것이 130여 년 전이고, 영상 저작권은 겨우 100년 전 태동했다. 한국은 영상 저작권 제반이 아직 미비하다. 민 감독은 “참 안타깝고 바보 같은 상황”이라며 웃음을 지었지만, 여기에는 수년째 한 과제를 붙들고 있는 사람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민규동 감독이 처음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로 선임된 것은 2018년이다. 봉준호, 최동훈 감독이 찾아와 “별로 할 일이 없다”라며 설득하는 말에 넘어갔다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계속 연임하게 됐다.
한국영화감독 조사 결과 감독조합 회원의 40%는 지난 5년간 평균 연봉이 0원이었고, 30%는 2000만원 수준이었다. 평균 제작 연수는 5년에 한 편 만드는 정도에 그치기까지, 민 감독은 “영화 일로는 살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숱한 지표가 한국 영화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런데 세계 무대에서는 소수의 탁월하고 예외적인 감독이 개인의 힘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끌어올리니,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축하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민 감독은 이런 시기 집중되는 제작비 지원을 단기적인 진통제 처방에 비유하며, ‘감독이라는 자각을 일깨워주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창작의 물길이 저작권료 지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상으로는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감독이 갖지 못한다. 또,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받는 저작권료를 자동 분배할 길도 없어 저작권료가 쌓여가다가 시효가 지나 손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됐다.
민규동 감독은 2019년 CISAC 도쿄 총회에서 이 사실을 처음 알고 각국 단체들과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현재 22개국과 협정을 체결해 감독들에게 해외 저작권료를 분배하고 있다. 어떤 감독은 1억원 이상 받았고, 어떤 감독은 300원을 받고서 “15년 전 영화를 누가 봤냐”라며 놀라워했다.
“한국 감독들은 영상 저작권이라는 게 없는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게 있다는 꿈조차 없었던 거예요. 받아봐야 알아요. ‘내가 저작자구나, 내 영혼이 누구와 맞닿았구나’ 하는 걸.”
민규동 감독이 세운 이번 임기의 목표는 3년 안에 국내 영화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적극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는 이 시기가 공감대를 넓힐 기회라고 봤다.
한편 민규동 감독이 연출해 작년 4월 개봉한 ‘파과’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1년 가까이 세계 각지 영화제를 돌았고, 얼마 전 마카오 아시안 아트필름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60대 여성 킬러 ‘조각’(이혜영 분)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코로나 시기 기획됐고, 60대 여성 배우가 주인공이기에 투자받는 데도 애를 먹었다. 개봉 이후에는 ‘스타 영향력에 기댈 수만은 없는 영화’라며 상영관 확보와 좋은 시간대 배정에서 앞순위가 아니었다. 민 감독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받았던 취급과 비슷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탄생 자체가 기적”이었다는 ‘파과’는 영화가 구성한 세계에 동조하는 굳건한 팬층을 확보했다. ‘파과단’이라고 불리는 팬들은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를 기획하고 3일간 ‘파과 카페’를 운영하며 자축했다. 예술영화를 초대하는 성격이 강한 마카오 아시안 아트필름 페스티벌에서 장르물 성격이 강한 ‘파과’가 수상한 것도 뜻밖의 결과였다. “심사평에 ‘아트필름으로 보면 훨씬 더 재밌다’라는 평이 있더라고요.” 유종의 미였다.
인터뷰 말미, 민규동 감독은 요즘 아침마다 단편소설을 쓴다고 했다. “너무 행복해요. 내 손끝에서 끝나면 출판이 안 돼도 되고, 완성했다고 우길 수도 있으니까.” 장편소설도 세 편 써뒀고, 지난해 역대 최초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연출로 선임돼 만든 음악으로 음반도 냈다. 지난해에는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전 세계 영화제에서 3회 수상을 기록했다.
차기 영화로는 로맨틱 코미디, 범죄 사기극, 1940년대 액션 누아르를 동시에 준비한다. 어떤 것이 먼저 세상에 나올지는 그도 모른다.
“예전엔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을 딱딱 얘기했는데, 그게 잘 안 지켜지니까. 이제는 동시에 여러 개를 준비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민규동 감독은 충무로의 어느 80대 주차장 관리인을 떠올렸다. “그분은 매번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감독이라고 당신을 소개해요. 영원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제 삶도 그러지 않을까요? 늘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태어날지 모르는 그 아이를 키우며.” 송민진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