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호 2026년 6월] 뉴스 포럼
AI 시대에도 민주주의와 정치 주체는 ‘인간’
AI시대 민주주의와 교육 방향 “정치의 AI 외주화 경계해야”
AI 시대에도 민주주의와 정치 주체는 ‘인간’

김의영(정치80)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가인공지능전략위 민주주의 분과위원장
AI시대 민주주의와 교육 방향
“정치의 AI 외주화 경계해야”
6월 11일 오전 서울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서울대학교총동창회 조찬포럼이 열렸다. 이날 특별 연사로 초청된 김의영(정치80·사진) 교수는 AI(인공지능) 시대의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AI의 본격적인 도입 이후 정치 현장과 정치학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행사에는 이준식 총동창회장·유홍림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각계에서 활동하는 동문 140여 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AI에 관한 논의로 들어가기에 앞서 V-Dem 지수로 한국 민주주의의 현황을 분석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에서 매년 발표하는 V-Dem 지수는 △선거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평등민주주의 등 5개 핵심 지표를 비롯한 500여 개 지표로 구성된다. 그는 “5개 핵심 지표는 정권에 따라 다소 굴곡이 있었으나 성장세를 보였다”라며 AI 시대 이전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언급했다. 이어 “2024년 리포트상 한국 민주주의는 퇴행했으나, 올해 발표된 리포트에서는 민주적 회복탄력성의 예시로 한국이 소개됐다”라며 한국이 보여준 민주주의 회복 능력을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AI가 민주주의에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함께 살펴보며, 두 가지 면의 공존이 우리 사회가 직면하는 현실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모든 시민이 기술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리며 합리적인 정책이 실시간으로 나오는 이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AI 시대의 유토피아적 예시로 언급했다. 또한 AI 기술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도 제시했다. 선거에서 신진 정치인이 AI를 활용해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진행한다면 선거 운동에서의 형평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며, 선거 관리에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AI 시대에는 기술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권력자나 AI 자체가 시민을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사회를 디스토피아적 예시로 언급하며, AI로 가짜 영상을 제작해 불법 선거 운동을 펼치는 사례는 AI 시대의 부정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알고리즘이 편향적 정보만을 제공한다면 정치적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알고리즘을 강하게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언급하며 AI시대에 직면한 여러 문제를 역설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진행된 AI 기반 사회 시뮬레이션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국지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설계한 뒤, AI 에이전트와 출구 조사의 21대 대선 예측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AI 에이전트의 정확도가 더 높게 나타난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 참여자가 느끼는 피로감에 AI에게 정치를 맡기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치를 AI에 맡기는 것은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이라며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정치는 인간이 공동체의 문제를 토론하고 실행하는 것”이라며 “이런 (정치) 능력을 AI에게 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AI 수용도가 높은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AI를 두려워한다고 답한 국민 비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 반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응답자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은 AI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어 AI 기술의 응용 역량과 문화적 수용성이 높은 한국은 민주주의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민주주의 분과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소개하며 AI 시대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민주주의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를 활용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한국형 AI 공론장’ 구상을 설명하며 AI가 민주주의를 보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민주주의를 AI에 맡기는 외주화는 경계해야 한다”라며 시민이 민주주의의 주체라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I 시대 정치학 교육의 방향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지식 생산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와 소통하는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며 시민정치 프로젝트와 시민의회, AI 공론장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관악구 기후시민의회 AI 공론장 사례를 언급하며 AI를 활용해 숙의 과정을 확대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시민의 참여와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발제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준식 총동창회장과 이태린 명예교수, 김태동 명예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포럼 참석자 전원에게는 책 ‘사회과학 PBL과 시민역량교육’과 조찬이 제공됐다. 매 분기 열리는 조찬포럼은 본회 홈페이지(snua.or.kr)와 본지 ‘행사’란에서 개최 일시를 확인할 수 있다.
장민서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