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호 2026년 6월] 문화 동아리탐방
“겁이 없을수록 자주 다치는 대신 빨리 늘어요”
자연대 동아리…회원 100여 명 “보행자 폐 끼치지 않도록 조심”
“겁이 없을수록 자주 다치는 대신 빨리 늘어요”
스케이트보드 동아리 ‘샤빗’

샤빗 회원들은 서울대 정문 광장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연습한다. 정문을 배경으로 단체 촬영.
자연대 동아리…회원 100여 명
“보행자 폐 끼치지 않도록 조심”
6월 1일(월) 저녁, 드르륵거리는 바퀴 소리가 울리는 정문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 동아리 ‘샤빗’을 만났다. 부원 열댓 명 남짓이 모여 기술을 연습하거나 음악을 틀고 떠드는 가운데 임준규 회장(물리천문학부 25학번)과 부원 장현준 씨(기계공학부 25학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무리 한 학기 차 신생 동아리라지만, 샤빗의 진짜 역사는 이들이 입학하기도 전에 시작됐기에 임 회장은 인터뷰 사이사이 뒤돌아 연장자 부원들에게 답변을 교차확인 받곤 했다.
동아리 이름 ‘샤빗’은 같은 이름의 스케이트 기술에서 따왔다. 샤빗은 주행 중 바닥에서 보드를 180도 회전시키는 기초적인 동작인데, 서울대 정문 구조물의 형태에서 유래한 상징어 ‘샤’가 들어 있어 채택됐다.
처음 모인 2022년까지만 해도 샤빗은 캠퍼스 안에서 비정기적으로 모여 보드를 타던 소규모 크루였다. 그러다 점차 인원이 많아지자, 공식 동아리 등록을 추진한 것이 초대 회장이고, 지금은 회원 명부에 이름을 올린 인원만 100명을 웃돈다. 부원의 소속 단과대는 자연대부터 공대, 미대까지 가리지 않으며 최연장자는 30세 박사 졸업생, 최연소자는 26학번 새내기다. 이번 1학기부터 샤빗은 자연대에 공식 등록된 동아리가 됐다. 이제는 중앙동아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위에서 보드를 탈 수 있는 기물을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해요. 지금 공예과랑 조소과 부원이 기물의 일종인 ‘레일’을 만들고 있는데, 저희도 중앙동아리가 된다면 학생회관에 큰 동아리방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기물을 두고 안에서 타면 좋겠는데요.”
선수 수준의 실력은 아닐지라도,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것이 샤빗의 문화다. 보드 경력이 긴 실력파 부원들이 2개의 강습팀을 꾸려 주 3회 신입 부원을 가르친다. 장현준 씨는 출석률이 좋은 고정 멤버 대부분이 강습팀 소속이라 운이 좋으면 일대일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학기에는 전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한재진 선수를 초청해 부원 여럿이 반포한강공원에서 강습받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보드를 시작해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 임준규 회장과 장현준 씨는 기술 ‘알리’에 성공했을 당시를 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알리는 데크(스케이트보드에서 딛고 서는 판자로 아래에 바퀴가 달렸다)를 발에 붙인 채 공중으로 도약하는 기술이다. 장 씨는 “알리를 처음 성공시켰을 때 쾌감이 엄청났다”며 “입문자가 맨 먼저 연습하는 기본적인 기술이지만, 이걸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초심자가 느낄 법한 지루함은 꺾이고 열정에 다시 불이 붙는 느낌이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들은 보드의 진면목이 실패하는 순간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성공의 쾌감만 맛본 자는 보드의 매력을 반절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임준규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라며 운을 뗐다.
“보드를 안 타본 사람으로서는 비슷해 보이겠지만, 정말 상상 이상의 다양한 기술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그냥 점프를 뛰는 기술이라고 해도 오른발로 차서 뛰는 것과 왼발로 박차고 뛰는 게 달라요. 또 앞으로 가다가 뛰는 거, 뒤로 가다 뛰는 게 완전히 다르니 처음에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아무리 재능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도 다를 건 없어요. 그러니 용기 있는 사람이 결국 보드를 잘 타게 돼요. 자연히 실패를 두려워하는 분들은 동아리에 잘 안 나오게 되고요.”
샤빗만의 매력을 묻자 장현준 씨는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즉답했다. 그는 등하교 시간 교통정리에 쓰이던 정문 광장 구석의 고깔, 그리고 ‘샤’ 조형물의 야트막한 턱을 연이어 가리키며 ‘이것들 전부 기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고깔은 점프 기술의 체공 시간을 연장하는 데 요긴하다고도 덧붙였다. 작년에는 정문을 지나가던 외국인 구성원이 “나도 보드 탈 줄 안다”라며 관심을 보여 잠시 보드를 빌려준 적도 있다.
인터뷰 말미, 임준규 회장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샤빗 활동에 대해 정중히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정문과 잔디광장 지하 주차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데, 보행자에게 폐 끼치지 않는 선을 지키겠다”라며 “최근 보드 소음에 대해 종종 민원이 들어오는데 조금은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학교에서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움직임이 이해받는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란다”라는 뜻을 내비쳤다. 송민진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