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호 2026년 5월] 오피니언 재학생의 소리
회장을 맡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회장을 맡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국윤비(식물생산24)
햇빛봉사단 회장
대학에 들어와 첫 한 해는 동아리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 데도 지원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몇몇 동아리에 지원해 면접도 보고, 첫 활동도 참여해보며 나름 노력했지만 마음에 맞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기대했던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쉽게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2학년이 되었고, 같은 과 친구의 권유로 한 동아리에 지원하게 됐다. 지금은 내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햇빛봉사단이다. 처음 참여한 활동은 제빵 봉사였다. 반죽을 나르고 오븐 앞에서 계속 움직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체력이 드는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트고 호흡을 맞춰가던 시간이 유독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만 해도 그냥 나와 잘 맞는 동아리를 찾았다는 생각 정도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고 이제는 자리를 넘겨줄 시점까지 와 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고, 그 사이에 일에 접근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회장은 단순히 활동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나서서 흐름을 정리하고 방향을 만들어야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톡방이 조용해질 때 먼저 말을 꺼내야 했고,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 순간에는 결국 방향을 정하는 역할이 자연스럽게 내 몫으로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열정이나 책임감 같은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갈 거라는 기대는 내려놓게 됐다. 실제로는 예상과 다른 상황이 생기는 게 더 자연스러웠고, 그럴 때마다 완벽하게 준비해두는 것보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어갈지를 판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전에는 ‘회장’이라는 자리를 결과나 타이틀로만 봤다면, 직접 해보니 오히려 과정에 가까운 자리였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그 뒤에서 이루어지는 조율이나 판단, 책임이 훨씬 더 많았다. 문서 정리나 외부 일정 조율, 여러 사람의 시간을 맞추는 일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일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경험을 하면서 달라진 건 활동 자체가 아니라, 그걸 보는 기준이었다. 우리는 보통 직책이나 결과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 훨씬 많은 과정과 책임이 쌓여 있다. 대학은 단순히 결과를 쌓는 곳이라기보다, 그 과정을 직접 겪고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자리를 넘겨줄 시점에서 남는 건 어떤 성취감보다는, 그동안 겪으면서 바뀐 시선인 것 같다. 타이틀보다 그 자리를 버티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됐다는 점에서, 이 경험은 앞으로의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꽤 오래 남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