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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2026년 5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반도 평화

전작권은 주권 아닌 능력의 문제 국민 여론의 수렴 절차 거쳐야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반도 평화

이강덕(정치82)
한미클럽 회장
 
전작권은 주권 아닌 능력의 문제
국민 여론의 수렴 절차 거쳐야 
 
정치권에 겉과 속이 다른 기만술이 난무하면서 국민들이 정신 차리고 챙겨봐야 할 게 많아졌지만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은 그중에서도 우선 순위가 높다. 전쟁 상황에 돌입할 경우 전쟁의 승패, 군인과 국민의 생사를 결정짓는 게 전작권이다. 또한 전작권이 핵심인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한 아군과 적군의 판단에 따라 전쟁 발발을 막는 사전 억지 효과도 담보될 수 있다.

전쟁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패배가 확실하면 적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며 이는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965년 중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지도부는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도 남침 계획을 실행하려 했으나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과의 전쟁이 된다’는 중국 마오쩌둥 지도부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때는 물론이고 한미연합사 중심 전쟁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된 오늘날까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미국과의 전쟁’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기에 누구도 전쟁 야욕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에는 자신의 결심만 서면 뭐든 할 수 있는 권력자가 있다. 그는 2023년 당회의 등에서 한국을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공개 규정하고 있어 그가 맘만 먹으면 전쟁도 언제든 실행될 수 있다. 엄청난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갖춘 북한이기에 그들은 한국 군대는 전투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한국군이 최첨단 재래식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지만 핵무기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핵무기는 한 발의 위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최근 미 의회 증언처럼 ‘한미동맹이 강고하고 주한미군이 위력적이며 한미합동 전투력이 월등’하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쟁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 없이 국민들은 안심하고 있는 것이다.

전작권은 주권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다. 한국군의 군사주권은 언제나 엄존한다. 현 체제는 한미합동으로 전쟁 능력만 늘릴 뿐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자주를 중시해온 사람들은 나라 체통을 세웠다며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균형에 따른 한반도 평화 유지’가 중요하다고 보는 이들에게 전작권 전환은 ‘이기는 전쟁 태세를 포기함으로써 평화를 지키지 못하게 될 걱정거리’가 된다.

전작권이 전환된다 해도 전시에 한국군이 미군을 마음대로 통솔하기는 어렵다. 전시 지상구성군 지휘는 가능할 것이나 공군구성군이나 해군구성군은 한국군이 통솔 능력을 갖기 어렵다. 유엔사 주도의 유엔군은 한국군 전작권과는 별개이다. 반쪽짜리란 말이다. 전작권 회복이 6.25 때를 재연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 학계, 언론 등 국민 여론의 엄정한 수렴 절차를 거쳐서 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