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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2026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길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대학전쟁’ 우승 이끈 브레인, 국제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길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승현(의학25) 재학생
 
‘대학전쟁’ 우승 이끈 브레인 
국제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전국 주요 대학의 ‘최고 브레인’들이 모여 논리와 전략, 추론 능력을 겨루는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쿠팡플레이 ‘대학전쟁’ 시즌3.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장 눈에 띈 이름 중 하나는 서울대 메디컬 팀의 이승현(의학25·사진) 재학생이었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 금메달, 수능 만점, 역대 수능 최초 과학탐구 Ⅱ+Ⅱ 만점. 화려한 이력만큼 문제 해결 능력도 돋보였다. 난도가 높아질수록 그는 복잡한 조건을 빠르게 구조화하고, 팀의 접근 방향을 잡았다. 방송 이후에는 “서울대 팀 우승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하드캐리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우승의 장면’이 지나간 뒤, 그의 일상은 다시 학업으로 돌아왔다. “출연 이후 일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평소 학업이나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습니다.” 3월 4일, 본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대학전쟁 출연과 학업,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관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에서처럼 그는 질문의 맥락을 정리하며 차근차근 답했다.

먼저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을 묻자 그는 개인의 성과보다 ‘팀의 작동 방식’을 먼저 짚었다. “제가 전략을 많이 제시한 건 맞지만 중요한 건 함께 전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방향성을 잡아주니 좋은 전략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문제 풀이 너머의 역량이다.

사실 처음부터 출연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기존 시즌의 애청자였지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방송에서 잘 못할 수도 있고, 제 모습과 다른 형태로 비춰질까 봐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방송 출연을 “자신을 더 잘 알게 된 시간”으로 기억한다. “제가 갖고 있던 숨겨진 장점들이 방송에 많이 드러난 것 같아요. 저 또한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익숙한 규칙에 ‘입체’라는 변수가 더해진 ‘블록 오목’이었다. 그는 기존 규칙 위에 “한 칸 더 앞선 생각이 필요한 새로운 변수”가 얹히는 유형의 문제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문제 해결 방식은 ‘분해’에서 시작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이를 연결할 ‘큰 로드맵’을 만든 뒤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자주 쓰는 도구는 A4 용지다. 머릿속 생각을 풀어 놓다 보면, 놓치고 있던 직관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논리적 접근에 더 치중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직관을 배제하면 안 된다”며, 떠도는 생각을 적으면 흐름이 정리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학문적 출발점은 물리였다.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물리를 접하며 깊이 매료됐다. 그는 물리를 “철저히 논리와 수학적 근거로 설명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심은 IPhO 금메달로 이어졌지만, 그는 결과보다 기반을 강조한다. “더 완성도 있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은 성취의 과시라기보다 ‘학문을 다지는 방식’에 대한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물리에 깊이 매료됐던 그가 왜 의대를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인공신경망에 대한 관심과 연결된다. 특히 통계역학을 공부하며, 복잡한 연결 시스템을 분석하는 방식이 인공신경망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통계역학은 많은 요소가 연결된 시스템의 성질을 분석하는 학문인데, 그런 접근 방식이 인공신경망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목표는 AI 기술을 인간의 뇌 연구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예로 들며 “인공신경망 연구가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뇌의 원리를 본떠 기술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상호 호환이 가능하다”는 말에는 장기적인 연구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이런 목표를 위해 의학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대 진학을 선택했다.

현재 그는 의공학 연구실에서 인공혈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연구의 ‘스텝’을 밟고 있다. 지금 하는 연구가 목표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과학적 방법으로 의학 문제를 다루는 경험은 분명한 자산이 된다고 말한다. 

그의 학업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유학 계획이 실패해 재수하던 시기, 그는 “불안감이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다만 그 불안을 다루는 방식은 간단했다. “가장 좋은 극복 방법은 그냥 공부였어요.” 몰입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고통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삶을 흔드는 감정들을 ‘몰입의 구조’로 정리해 나가는 습관이다. 

공부와 연구에 몰입하는 와중에도 그는 체스와 테니스, 시 읽기, 야구 관람 같은 취미로 숨을 고른다. 특히 수능 이후 시집을 읽게 됐다는 대목은 흥미롭다. 정답을 찾는 삶에서 잠시 정답 없는 문장으로 숨을 옮겨놓는 셈이다.

‘대학전쟁3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대해 그는 담담하다. 그가 더 오래 붙들고 싶은 것은 다른 문장이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가진 가치가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문제를 ‘푸는’ 대신 길을 ‘찾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간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