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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2026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반복 운행 수요 많은 공간에 자율주행 쓰임 많아요”

CES 혁신상 2관왕·SPM 시장 공략 인천공항서 입증한 자율주행 기술
“반복 운행 수요 많은 공간에 자율주행 쓰임 많아요”

백두산(전기08) 웨어러블에이아이 대표
 
CES 혁신상 2관왕·SPM 시장 공략
인천공항서 입증한 자율주행 기술

CES 혁신상 2관왕, 법인 설립 4개월 만의 인천국제공항 사업 수주. 백두산(전기08·사진) 웨어러블에이아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자율주행 운송 차량 사업을 통해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의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용도로를 넘어 공항·항만·공장·군수 현장 같은 비정형 공간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자율주행의 다음 무대를 ‘도로 위’가 아닌 ‘목적이 분명한 현장’에서 찾고 있는 백두산 대표를 3월 31일 문래동 사무실에서 만나, 그가 그리는 자율주행에 대해 물었다.

백두산 대표와 자율주행의 인연은 학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3학년 무렵부터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에 깊이 빠져들었고, 4학년 때 자율주행차 연구 ‘대부’로 불리는 서승우(전기83) 교수의 지능형자동차 연구실에 합류했다. “연구실에 들어갈 때부터 논문 쓰고 박사 학위 따는 것보다, 이 기술을 세상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는 서울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스누버는 서울대 캠퍼스를 넘어 여의도까지 주행하며 국내 최초의 도심 자율주행 시연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그는 토르드라이브 창립 멤버이자 CTO로 연구개발을 총괄했고, 2024년 한국·미국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멤버들과 함께 웨어러블에이아이를 창립했다.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술과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지금의 사업 방향으로 이어진 셈이다. 

창업 이후 성과는 빠르게 이어졌다. CES에서도 혁신상(‘스마트 커뮤니티’와 ‘접근성·지속성’ 부문) 2관왕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단기간에 ‘실제 운영’ 단계까지 진입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웨어러블에이아이가 주목하는 분야는 SPM(Special Purpose Mobility), 특수 목적 모빌리티다. 공항 터미널 내 승객 셔틀, 리조트·공원 카트, 항만·공장·물류단지 차량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이동체다. 백 대표는 “실제로 필요로 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을 자율주행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가치에 맞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복 운행 수요가 많은 현장에서 자율주행의 현실적 쓰임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자율주행 산업의 흐름도 이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영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옥사’와 미국 국방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포르테라’의 투자 유치 사례처럼 글로벌 투자금도 구체적인 버티컬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변화 속에서 기존 솔루션을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인 SPM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웨어러블에이아이의 기술적 차별점은 고정밀 지도 없이 주행하는 ‘맵리스’ 기술과 센서 입력부터 차량 제어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인공지능(AI) 모델이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에 있다. 차선과 도로 구조가 뚜렷한 일반 도로와 달리, SPM이 운행되는 현장은 경로와 주행 환경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 “SPM 시장은 도로 자체가 정의되지 않은 공간이 많아요. 차선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맵리스 기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테슬라, 엔비디아, 중국 업체들이 맵리스와 E2E 방식으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웨어러블에이아이 역시 SPM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솔루션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가 준비 중인 차세대 실내 자율주행 카트 ‘링크(linq)’도 그런 문제의식 위에서 나왔다. 기존 인천공항의 카트가 전용도로에서만 움직였다면, 링크는 일반 보행 구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이동한다. 바닥 LED 라이트와 음성·전광판으로 상태와 정보를 알리고, 목적지 검색과 이동 안내 화면도 탑재한다. 백 대표는 “전용도로에 한정된 자율주행은 사업성이 제한적”이라며 “운행 범위를 넓혀야 이용객 편의와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함께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수 분야 역시 주목하고 있다. 인력 부족은 심화되고 있지만, 병력 수송과 물류 운송 수요는 꾸준하다. 웨어러블에이아이는 정부 R&D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육군 군수사령부,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함께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국내 SPM 자율주행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후 국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백 대표는 자율주행의 일상화를 진행 중인 현실로 보면서도, 우리나라의 E2E·맵리스 전환 속도가 미국·중국·영국보다 뒤처진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해외는 이미 상용화 레벨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예요. 그 간극을 좁히는 속도가 정말 중요한 시점입니다.” 

자율주행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미 기술은 일상에 들어와 있고, 2030년쯤이면 다양한 환경에서 의미 있게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백 대표는 “웨어러블에이아이는 비교적 새로운 회사지만, 기술과 경험을 갖춘 팀”이라며 동문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그의 도전의 끝에는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현장을 바꾸는 미래가 있다. 공항과 항만, 공장과 군수 현장으로 향하는 그의 시선은 자율주행이 어디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