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호 2026년 5월] 문화 동아리탐방
“웃기는 서울대인 다 모였어요”
서울대 첫 개그 동아리 ‘재미니스트’ 2026년 3월 출범…회원 30명, 리더를 ‘대통령’이라 불러, 5월 20일 기숙사 가온홀서 공연
“웃기는 서울대인 다 모였어요”

올해 3월 창립된 개그동아리 재미니스트의 창립 멤버들.
서울대 첫 개그 동아리 ‘재미니스트’
2026년 3월 출범…회원 30명
리더를 ‘대통령’이라 불러
5월 20일 기숙사 가온홀서 공연
2026년 봄 서울대 최초의 개그 동아리 ‘재미니스트’가 공식 출범했다.
동아리 이름은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뜻. 공동 ‘대통령’(이 동아리에서는 회장을 그렇게 부른다)은 조선해양공학과 20학번 김대상 씨와 익명을 요청한 또 한 명이다. 두 사람은 교내 힙합·보컬 음악 동아리에서 만났고, 함께 음악을 하던 중 공통점을 발견했다. 둘 다 재미있는 것을 삶의 1순위로 둔다는 것. 5월 6일 만난 김대상 공동 대통령은 개그동아리 창립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하면 재미없고 놀 줄 모르는 애들이란 이미지잖아요. 근데 사실 안에서 다니다 보면 다른 학교랑 큰 차이가 없어요. 재미있게 노는 사람들 분명히 있고, 즐길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공식적으로 표출할 창구가 없었던 거예요.”
실제로 모집을 시작하자 반응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처음 목표는 ‘진짜 웃긴 사람 딱 10명’이었다. 결과는 30명. 현재 정식 멤버 28명에 대기 인원까지 합산한 숫자다.
구성도 다양하다. 95년생 박사과정생부터 새내기에 가까운 학생까지, 나이 차이가 10살 넘게 벌어지는 사람들이 하나의 동아리 깃발 아래 모였다. 남녀 비율도 비교적 고른 편이다.
입단 조건은 까다롭다. 한 명도 빠짐없이 오디션을 거쳤다. 불합격자도 있었다. 특이한 건 방식이다. 면접 장소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가는 ‘찾아가는 오디션’을 진행했다. 대전까지 원정을 갔고, 제주도에서 교류 프로그램 중이던 학생이 “여기도 오실 수 있냐”고 도발하자 바로 항공권을 끊었다. 김 회장은 이를 ‘재야의 고수를 찾아다니는 콘셉트’라고 표현했고, 전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


동아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교내 포스터였다. 학내 포스터 게시는 원칙적으로 허가가 필요하다. 재미니스트는 그 절차를 밟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 눈이 가장 많이 닿는 장소, 즉 식당 배식 줄처럼 심심함이 극대화되는 공간을 골라 포스터를 붙였다. “붙이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붙였어요. 근데 일주일 동안 안 떼더라고요.”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이 인터뷰도 그 포스터를 보고 연락을 취하면서 성사됐다. 농생대 식당에 붙은 모집 공고가 연결 고리가 된 것이다.
이 무단 포스터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재미니스트의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 공동 대통령은 이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그 맥락을 풀어서 설명했다. “뭔가를 했을 때 미움받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항상 행동을 가로막잖아요. 오히려 반대로, 그냥 미움받아 버리자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필터링이 없어지지 않을까 해서요. 수업 시간에 교수님 질문에 아무도 대답 안 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거든요.”
재미니스트에게 아직 고정 동아리 방은 없다. 신생 동아리이다 보니 공간 배정을 받지 못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반부터 9시 반까지, 그날 빈 강의실을 빌려 전체 연습을 진행한다. 코너별로 팀이 나뉘어 별도로 모이기도 한다.
공연 준비는 전적으로 창작으로 이뤄진다. 스탠드업 코미디와 개그 콘서트 방식의 콩트, 두 가지 형식을 모두 다루며 모든 대본은 동아리원들이 직접 쓴다. 인공지능(AI)도 써 봤지만 답이 없었다.
“AI한테 대본을 시켜봤더니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만 자꾸 나와요. 사람들이 웃는 건 새로운 게 있어야 웃는 건데, 그 새로움을 AI가 못 만들더라고요. 유머는 결국 인간의 영역인 것 같아요.”
웃음의 원리를 스터디하는 자체 ‘조크샵(Jokeshop)’도 운영한다. 코미디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훈련 방식을 동아리에 도입한 것이다. 이미 졸업했지만 7년간 독학으로 스탠드업을 해온 선배가 직접 찾아와 공연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주고 가기도 했다. 서울대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씨, 유튜버 코미꼬 등 선배 코미디언들과도 만나 볼 계획이다.
비용 문제 등 애로점도 있다. 현수막, 포스터, 공연장 대관, 마이크 대여(1개당 하루 5만원, 코너마다 5개가 필요하다)까지 “준비해 보니 돈 안 드는 게 없더라”는 게 김대상 회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총동아리연합회에 정식 합류하면 지원금이 생기지만, 대부분은 회비로 자체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그래도 무대는 오른다.
앞으로 계획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매 학기 정기 공연 외에 소규모 팝업 공연, 요양원·복지관 봉사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 2학기에는 동아리 소개제에도 나갈 예정이다.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는 자리에서 콩트와 스탠드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창립 첫 공연이 5월 20일 저녁 7시, 기숙사 900동 가온홀에서 열린다. 콩트 3개와 단체 봉숭아 학당, 그리고 사이사이 스탠드업 코미디로 구성된 약 한 시간 분량의 무대다. 공연에선 일방향이 아니다.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이벤트를 곳곳에 배치할 예정이다.
김남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