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호 2026년 5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45만 동문 함께 성장하는 지성 공동체가 목표”
젊은 동문 참여 활성화 세분된 지역 네트워크 구축, 서울대가 그동안 받아온 혜택 이제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
“45만 동문 함께 성장하는 지성 공동체가 목표”

젊은 동문 참여 활성화
세분된 지역 네트워크 구축
서울대가 그동안 받아온 혜택
이제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
“서울대 동문 45만 명은 국가·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산입니다.” 지난 4월 1일 서울대총동창회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준식(기계72) 회장은 첫마디부터 45만 동문의 무게를 언급했다. 서울대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연구부총장을 역임하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지낸 그가 이제 동문 사회의 수장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그는 “노년·장년·청년이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세대를 잇는 참여형 동창회로의 전환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개인의 탁월한 역량은 인정받지만 함께 모이는 힘이 부족하다는 서울대인의 자기 성찰을 솔직하게 꺼내 놓으면서 그는 “동창회가 국가와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는 품격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본지 김광덕(정치82) 편집인이 4월 30일 이 신임 회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운영 구상을 들었다.
-회장직을 맡게 된 계기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제가 동창회장직을 맡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부회장으로 위촉돼 적극적인 활동은 못 했지만, 동창회에 대한 관심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주위에서 회장직을 맡으라는 설득을 많이 하셨는데, 더 좋은 분이 틀림없이 있을 텐데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서울대 동문 45만 명이라는 자산을 내가 잘 뒷받침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컸지만, 딱히 회장을 맡아 하실 분이 나서지 않으셔서 ‘그러면 나라도 제대로 맡아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총동창회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과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동창회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동문 간 화합과 친목, 둘째는 모교 발전에 기여하는 후학 양성 지원, 셋째는 사회 공헌입니다. 서울대학교가 그동안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온 만큼, 그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세대 간 단절을 꼽았다. “동문들의 동창회 참여가 미흡하다는 점이 지금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가 저조하지요. 시간적으로 바쁘고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동문들이 스스로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지금 동창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총동창회의 사명을 단순한 친목 조직에 머물지 않고 ‘동문 지성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 문제 해결’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임기 중 특별히 역점을 두고 추진하실 사업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노년·장년·청년층이 다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총동창회 차원에서 한꺼번에 모이기가 쉽지 않으니 제가 생각하는 건 서울부터 시작해서 지역 단위별로 하나씩 지부 동창회를 결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젊은 층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관악경제인회에서 젊은 후배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포럼을 진행하고 있는데, 창업이라는 공동 관심사를 던져줬더니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더라고요. 젊은 층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선배들의 경험·노하우가 결합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지역별로 형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창회 행사’라는 틀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해관계와 공동 관심사로 묶이는 자발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장학사업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즘은 국가 장학금 등으로 장학금에 대한 필요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장학금 지원을 넘어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사회봉사 활동 등에 재정적 지원을 더 늘려가는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 자체가 미래 동창 사회에 대한 투자입니다.”
-재학생과 동창회를 연결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계십니까.
“재학생들은 자기 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큰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재학생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동창회 사무실로 연락하면 관련 선배 동창과 매칭해서 해결의 길을 터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병원이 어딘지 물어볼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받을 수도 있고 심리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학교 곳곳에 동창회 연락처를 홍보해서 사소한 일이라도 연락하면 부회장단·이사 중 관련 동문을 소개해 드리는 방식입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 동창회 덕분에 도움을 받은 학생이 나중에 성공했을 때 그것이 다시 참여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재학생과 동창회의 관계는 시혜가 아니라 순환입니다. 그 선순환의 고리를 지금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재단법인 관악회의 향후 운영 및 장학 활동 방향은 어떻게 구상하십니까.
“현재 관악회는 SNU장학빌딩의 임대 사업과 동문 기부금으로 연간 4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재정 규모 자체는 상당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장학금 지원 단계를 넘어서 학생들의 교육·연구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전임 김종섭 총동창회 회장님께서도 그 방향으로 대학의 교육 환경 개선에 예산을 많이 지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방향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도 밝혔다. “노후화된 시설 수리, 단과대학 요청에 대한 매칭 지원, 학생 식당 개선, 천원의 식사 지원 같은 것들입니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지금 시설 리모델링은 외부 기부를 받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운동장 개선이든 연구 환경 개선이든, 여력이 생기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또 서울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학생 지원도 강화하고 싶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학생들이 서울대를 알리는 가장 훌륭한 홍보대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연구부총장,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신 경험에서 보셨을 때, 대학과 동창회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합니까.
“서울대학교와 동창회는 한 몸입니다.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대학교 행사에도 가야 하고 동창회 행사도 가야 하는 등 일이 엄청 많아졌더라고요.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연결돼 있다는 뜻이니까요.”
단과대학 동창회와의 관계 재정립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현재 20여 개 단과대학 동창회가 있는데, 누가 회장이 되느냐, 그 회장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일하느냐에 따라 아주 잘 되는 단과대학 동창회도 있고 유명무실한 곳도 있어요. 해외에서는 총동창회가 단과대학 동창회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단대가 단대대로 따로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이걸 대학 본부와 협의해서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직 뚜렷한 해답은 못 내놓겠지만, 분명히 정리돼야 할 부분입니다.”
-서울대와 동창회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시대적 역할은 무엇입니까.
“서울대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우리의 약한 부분을 직시해야 해요. 각자 자기 길을 가는 것, 이른바 ‘모래알 같다’는 말이 있잖아요. 물론 너무 똘똘 뭉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함께 역량을 모으는 데는 분명히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의 기본 사명은 교육과 연구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대가 전 세계 대학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과학·경제 분야 노벨상이 없습니다. 그 영광을 다른 대학에 먼저 빼앗겨 버리면 참 안타까운 일이죠. 동창 사회가 모교의 연구·교육 역량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본에 충실하면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 서울대 동문의 특징은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누구나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함께 그 핵심 역량을 모으는 데는 상당히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다시 이었다. “우리가 모두 함께 대학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노력해서 서울대 동창회가 국가와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는 품격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동문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재정적인 지원도 꼭 부탁드립니다.”

대담 : 김광덕(정치82) 본지 편집인
정리 : 김남주 기자
좌우명 ‘겸손·감사’…전국체전 높이뛰기 금메달도
이준식 회장에게는 세 가지 좌우명이 있다. 첫째 겸손, 둘째 감사, 셋째는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겸손하다는 건 자존감이 강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그의 말은 서울대인의 특질을 관통하는 한마디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참 좋은 분들과 함께했고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스스로를 낮추는 그에게서, 오랜 학자 생활이 빚어낸 단단한 내공이 느껴진다.
이 회장은 부산중학교 시절 전국체전 육상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경기고 1학년 때는 전국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따며 신문 지면에도 이름을 올렸다. “중학교 3학년 때 키(182cm)가 다 크고 나서는 더 자라지 않아서, 지금 키도 그때 그대로”라며 웃음을 보였다.
일흔을 넘긴 지금도 건강 관리에 소홀함이 없다.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많이 걷는다고 했다.
약력
△경기고 졸업 △서울대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학·석사, UC버클리 공학박사 △서울대 공대 교수·연구부총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