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호 2026년 5월] 뉴스 본회소식
200명 동문 음악가 ‘미래’를 노래하다
1200명 관객 연주자 떠날 때까지 기립박수
200명 동문 음악가 ‘미래’를 노래하다

5월 1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동문 가족 1200여 명과 연주자 2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서울대 개교 8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장윤성(작곡82) 지휘자는 앙코르곡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개선행진곡’의 연주를 마친 뒤 제1 바이올린을 맡은 김민(기악60) 음악감독과 굳게 손을 잡았다.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9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107명 합창단의 무대는 웅장함 그 자체였다. 1200명 관객은 5분 여 간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946년 개교 이래 80년의 역사를 써온 서울대가 모두 함께하는 음악으로 그 여정을 기념했다. 서울대총동창회(회장 이준식)가 주최하고 음악대학동창회(회장 임재원)가 주관한 ‘서울대학교 개교 80주년 기념음악회’가 5월 14일 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동문 가족 1200여 명이 객석을 빈틈없이 채운 이날 음악회는 ‘무한한 상상, 담대한 도전, 새로운 미래’라는 서울대 80주년 표어 아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화합과 연대의 장으로 펼쳐졌다.
이준식 총동창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모교가 걸어온 지난 80년의 찬란한 여정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음악으로 형상화하여 동문과 가족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유홍림 총장은 “1946년 개교 이래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왔으며 해방 이후 폐허와 가난 속에서 출발한 우리나라가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까지 수많은 동문들의 헌신이 있었다”면서 “이번 음악회가 개교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번 음악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연주 주체 전원이 서울대 음대 동문이었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독창자와 지휘자까지 200여 명의 동문 음악가가 무대를 채웠다.
서울대 음대를 거쳐 46년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 민 명예교수가 음악감독과 제1 바이올린 주자로 이날 무대를 이끌었다.
음악회 지휘봉은 장윤성 서울대 음대 교수가 잡았다. 장 교수는 비엔나 국립음악원 지휘과 출신으로 러시아 프로코피에프 국제지휘콩쿠르 2위, 일본 동경 국제지휘콩쿠르 입상 등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지휘자다.
동경에서 매년 5000명 합창단이 참여하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 연주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두 차례 초청된 바 있어, 이날 베토벤 9번 연주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이끌어냈다.
1200명 관객 연주자 떠날 때까지 기립박수

9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107명 합창단이 어우러진 웅장한 하모니가 객석을 가득 채운 동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날 공연은 총 3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최은식 음악대학 학장은 “오늘 연주된 작품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표현 방식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을 향한 근원적 질문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무대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이었다. 호른과 현악기가 폭풍우 속 유령선의 항해를 묘사하는 도입부에서부터 객석을 단숨에 압도했고, 네덜란드인의 절망과 분노를 그린 격렬한 선율과 구원의 온화한 선율이 교차하며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두 번째 무대는 이날 음악회의 백미. 백영은(작곡76) 작곡가의 신작 ‘대금과 현악합주를 위한 하늘’이 동문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펼쳐졌다. 단국대 작곡과 명예교수인 백영은 동문은 이 곡에 대해 “‘하늘’이라는 단어는 문자적 의미 외에도 다양한 상징적 의미로 사용된다”며 “그 각기 다른 하늘의 의미들이 과장되거나 직설적이지 않은 표현 방법으로 곡의 각 부분에서 그려진다”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1부 창조, 2부 삶, 3부 인류의 염원과 희망으로서의 하늘을 담은 이 작품은 국악과 서양 현악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대금 독주는 김정승(국악91)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맡았다. 15회 개인 독주회와 115곡 창작곡 초연을 기록한 그는 대금 특유의 깊고 서늘한 음색으로 현악과의 조화를 완성했다.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합창’. 1824년 초연 이후 200여 년간 인류가 공유해 온 환희와 연대의 상징인 이 작품은 4악장 피날레에서 독창자들과 합창단이 합류해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노래하며 절정에 달했다. 소프라노 서혜연(성악82), 메조소프라노 백재은(성악94), 테너 김석철(성악94), 베이스 전승현(성악92)이 각 성부를 맡아 무대를 빛냈다. 성악과 재학생과 동문 성악가 107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의 웅장한 성량이 더해지며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콘서트홀 전체를 진동시켰다.
딸 김인혜(소비자아동08) 동문과 사위 김찬우(화학08) 동문의 초대로 참석한 김진욱 씨는 “작년에도 왔는데 올해는 규모도 더 커지고 내용도 한층 좋아져 무척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수림(대학원15) 동문은 “뜻깊은 기부에 함께할 수 있었고,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준 높은 음악을 나누는 자리라 더욱 뜻깊었다”고 했다. 김 동문과 함께 참석한 남편 양희동(경영84) 동문은 교가를 듣던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양 동문은 “오랜만에 교가를 들으니 학창 시절이 떠올라 감동이 컸다”며 “동문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서 온 백옥자(국악71) 동문은 “벅차고 가슴이 뭉클했다. 2시간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대규모 전문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동문 관객이 어우러져 완벽한 어울림을 보여줬다”며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음악회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준비위원회의 수개월에 걸친 헌신이 있었다. 임재원 음대 동창회장을 중심으로 김민 음악감독, 김성길(성악61)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김현곤(기악71)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수석, 피호영(기악79) 성신여대 명예교수, 최은식 서울대 음대학장, 이지영(국악84) 서울대 국악과 교수, 남욱일(기악89) 엑스폴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전승현(성악92) 서울대 음대 부학장, 송정민(국악93) 숙명여대 초빙교수 등이 힘을 보탰다. 17개 단과대학·특별과정·직능지부 동창회와 동창회장들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며 함께의 의미를 더했다.
임재원 회장은 “이번 기념연주회는 대규모 인원의 화합과 큰 울림으로 조직의 발전을 도모한 뜻깊은 무대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준비위원들이 일당백으로 노력해 200여 명의 동문 음악가들을 모을 수 있었고, 연주에 참여한 이들은 재능 기부의 마음으로 서울대의 80주년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김남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