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호 2026년 4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학생회장 사라진 대학
학생회장 사라진 대학

이은아(지리92)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에는 총학생회장이 없다. 입후보자가 없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연이어 선거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입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저조해 총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일이 2020년대 들어서만 세 차례 반복됐다.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같은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못해 총학생회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들 학교뿐 아니라 총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운영하는 대학은 셀 수 없이 많다. 선거철이면 포스터와 유세로 캠퍼스가 북적이고, 총학생회장이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1980년대와 비교하면 낯선 풍경이다. 총학생회 운영을 위한 학생회비 납부율도 저조해, 재정 여건도 크게 악화됐다. 총학생회 역할이 축소되면서, 축제에 어떤 연예인을 섭외했는지가 학생회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 마저 들린다.
총학생회가 위기를 맞은 것은 시대변화에 따른 역할 정립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지식인으로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시대는 막을 내렸고, 등록금 투쟁 등 학생들을 결집시킬 공동의 문제의식도 흐려졌다. 학생들의 관심사가 파편화되고, 정치적·사회적 견해가 다양해지면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총학생회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공간을 통한 의견 표출이 일상화되면서, 굳이 대표를 통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총학생회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과 저성장,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학생회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학업과 진로 준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시간과 책임을 요구하는 학생회 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우상호 전 정무수석,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졸업 후 정치권으로 영입됐던 과거 총학생회장들과는 달리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총학생회장의 부재를 당연하게 여길 일은 아니다. 대학은 단지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시민으로 성장하는 공간이며, 총학생회 활동은 단순한 ‘대표’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의 주인이 되는 경험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의견을 모으고,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민주주의의 작은 실습장이기도 하다. 학생 자치가 이대로 종말을 고해서는 안 된다.
물론 변화는 불가피하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학생회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결론은 이미 내려진 만큼, 생활 밀착형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새로운 학생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직을 유연화하고 다양한 방식의 참여가 가능한 형태로의 변신도 고려할 만하다. 대학사회가 시대의 변화 속에 공동체를 향한 관심과 학생자치의 의미를 새롭게 살려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