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호 2026년 4월] 문화 신간안내
‘우카키타투’를 아십니까
‘우카키타투’를 아십니까

중앙아시아의 다섯 스탄
오강돈(정치83) 한중마케팅 대표이사
글항아리
세계사적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속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 중앙아시아가 다시금 격동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오강돈(정치83) 동문이 펴낸 신간 ‘중앙아시아의 다섯 스탄’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툰드라와 스텝의 땅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급변하는 유라시아 지정학의 새로운 나침반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 197페이지라는 압축적인 분량 속에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지리, 정치 경제적 현황을 빈틈없이 담아내며, 독자들을 문명의 교차로이자 미래 협력의 핵심 파트너인 중앙아시아로 안내하는 입문서 역할을 수행한다.
저자는 모교 졸업 후 제일기획에서 국내외 광고·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다 40대부터 중국과 구소련 국가들을 무대로 삼성 휴대폰 마케팅을 이끌었다. ‘중국시장과 소비자’, ‘꿰어 보는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이번 책은 그가 현장에서 축적한 통찰을 바탕으로 쓴 세 번째 저작이다. 기업인이자 아마추어 역사가로서의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학술서의 무게 없이도 지정학·지경학적 분석을 균형감 있게 제시한다.
책의 첫 번째 미덕은 ‘우카키타투’라는 명쾌한 기억법이다. 다섯 국가의 앞 글자를 딴 이 약칭은 독자가 낯선 국명에 압도되지 않고 각 나라의 개성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유라시아 초원,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톈산 산맥·파미르 고원, 우즈베키스탄의 오아시스 이슬람 문명, 투르크메니스탄의 카라쿰 사막. 저자는 각국의 자연과 문화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 이 지역이 관광지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이 책의 진가는 자원과 지정학의 교차점을 짚는 대목에서 빛난다. 카자흐스탄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11위권이며,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러시아·이란·카타르에 이어 세계 4위다. 여기에 리튬·코발트·우라늄 등 반도체와 이차전지 공급망의 핵심 광물까지 매장돼 있어, 중국의 희귀자원 패권을 분점할 잠재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북으로는 러시아, 동으로는 중국, 서로는 이란과 접한 다섯 스탄은 ‘뉴 그레이트 게임’의 한복판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장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영향력이 흔들리고 중국의 ‘일대일로’가 가속화되는 지금, 다섯 스탄이 어떤 생존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저자는 실시간 분석의 시각으로 추적한다.
저자가 특히 역점을 두는 것은 중국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의 전환이다. 그는 흉노·돌궐·거란 등 유라시아 민족들을 오랫동안 '북방 오랑캐'로 규정해 온 한자 음차 용어들이 실은 중국의 세계관이 덧씌워진 결과임을 지적하며, 이 지역을 문명의 변방이 아닌 교차로로 재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실크로드의 제라프산-카라쿰 회랑이 그 살아 있는 증거다.
한국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로 정착한 고려인(카레이스키)의 역사는 중앙아시아와 한반도가 공유하는 가장 뜨거운 연결 고리다. 여기에 K-컬처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고조된 지금, 저자는 자원 협력과 기술 전수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제안한다.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땅, 그러나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땅. ‘중앙아시아의 다섯 스탄’은 그 지역을 향한 첫 문을 여는 데 알맞은 길잡이다. 김남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