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호 2026년 4월] 뉴스 본회소식
율곡의 집 오죽헌에서 300년 고택 선교장까지
60명 동문 강릉의 조선시대 여행, 전통 한옥과 동해 풍경 함께 즐겨
율곡의 집 오죽헌에서 300년 고택 선교장까지

제12회 국토문화기행에 참가한 60여 동문들이 강릉 오죽헌 입구인 자경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60명 동문 강릉의 조선시대 여행
전통 한옥과 동해 풍경 함께 즐겨
강릉의 봄 공기가 맑게 열려 있었다. 곳곳에 핀 꽃들은 여행의 시작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다. 4월 2일 제12회 본회 국토문화기행에 참여한 동문 60여 명이 강릉 일대를 찾아, 전통 한옥이 남아 있는 고택과 조선시대 학자의 삶이 깃든 공간, 그리고 동해의 풍경을 둘러봤다.
성봉주(체육교육84) 대장이 이끈 이날 기행에는 김은순 지역 문화유산 해설사가 동행해 각 장소의 역사와 건축,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동문들은 해설을 들으며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하고, 고택 마당과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공간의 분위기를 함께 나눴다.
율곡과 신사임당 숨결 남은 오죽헌
여정의 첫 목적지는 강릉 오죽헌, 조선 초기의 목조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단일 주거 건축 가운데 하나다. 오죽헌이라는 이름은 집 주변에 자라는 검은 대나무에서 비롯됐다. 까마귀처럼 검은 빛을 띤 대나무를 ‘오죽’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조선시대 대학자인 율곡 이이와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태어난 곳이다. 약 600년의 세월을 견딘 건물은 지금도 당시의 모습을 비교적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율곡은 조선시대 학문과 정치 양쪽에서 큰 영향을 남긴 인물로, 과거시험에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한 기록으로도 유명하다. 율곡의 동상 손가락 부분은 유난히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는데, 학생들이 이 손가락을 만지며 “율곡처럼 공부를 잘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한다. 한 동문이 “이왕이면 한번 만져봐야겠다”고 말하자 주변에서 가벼운 웃음이 이어졌다.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 검은 현판의 방이다.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 검은 현판의 방이다.
오죽헌 안쪽으로 들어가면 율곡이 태어난 ‘몽룡실’이 있다.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기 전날 용이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이 붙은 방이다. 신사임당의 삶도 함께 소개됐다. 그는 훌륭한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로, 특히 그의 초충도는 조선 회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동문들은 오죽헌 마당을 천천히 걸으며 건물과 정원을 둘러봤다. 마당 한편에는 사임당과 율곡 선생이 직접 가꿨다는 수령 600년이 넘은 매화나무, 배롱나무가 서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에도 이 공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5000원권 지폐에는 몽룡실이 그려져 있고, 신사임당과 율곡은 각각 5만원권과 5000원권 인물로 등장한다.


구 5000원권과 같은 구도에서 촬영한 오죽헌.


구 5000원권과 같은 구도에서 촬영한 오죽헌.
이번이 첫 기행 참가라는 김우겸(국대원00) 동문은 “다음 세대에도 유산을 물려주기 어려운데 이렇게 오래된 유산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 놀랍다”며 “직접 방문해 보니 역사와 시간이 더욱 실감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동문들은 강릉의 또 다른 대표 문화유산인 선교장으로 이동했다. 조선 후기 사대부가의 대표적인 고택으로, 집터가 뱃머리를 연상하게 한다고 하여 선교장이라 한다. 현재까지 후손들이 대를 이어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굴뚝의 선과 담장의 높이, 마루의 구조, 화려한 장식 대신 절제된 구조로 이루어진 한옥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300년 이어온 선비 정신, 선교장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은 이 집은 18세기 안채인 ‘주옥’이 처음 지어진 뒤 19세기까지 여러 건물이 증축되면서 영동 지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장원의 격조를 지니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관동팔경과 금강산을 유람하는 풍류객과 학자들을 환대하며 자연스럽게 교류의 장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전통은 3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선비의 나눔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전해진다.

선교장의 정자 활래정.내부에는 다실이 있다.

선교장의 정자 활래정.내부에는 다실이 있다.
선교장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못에 세워진 정자, 활래정이다. 해설사는 “활래정이라는 이름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에서 맑음이 유지된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주변을 바라보면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벽과 창이 바깥 풍경을 향해 열려 있어 연못과 나무, 하늘이 그대로 마루 안으로 들어온다. 동문들은 잠시 풍경을 바라보며 한옥 건축이 지닌 여백의 미를 느꼈다.
선교장 내 귀한 손님들이 묵었던 큰 사랑채인 열화당 건물 앞에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로 기증한 차양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러시아 양식의 구조를 갖춘 독특한 건축 요소다. 뒤쪽 산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수백 년을 버틴 금강송들이 고택을 감싸며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해설사는 “이곳은 예로부터 명당으로 알려진 자리”라며 “자연과 건축이 함께 만들어낸 풍경이 선교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선교장 내 귀한 손님들이 묵었던 큰 사랑채인 열화당 건물 앞에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로 기증한 차양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러시아 양식의 구조를 갖춘 독특한 건축 요소다. 뒤쪽 산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수백 년을 버틴 금강송들이 고택을 감싸며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해설사는 “이곳은 예로부터 명당으로 알려진 자리”라며 “자연과 건축이 함께 만들어낸 풍경이 선교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귀한 손님들이 묵었던 큰 사랑채 열화당.
해설사의 설명이 끝나자 동문들은 잠시 선교장의 풍경을 바라보며 고택의 분위기를 천천히 느꼈다. 심양섭(동양사80) 동문은 “지금까지 본 고택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다”며 “후손들이 300년 넘게 직접 관리해 온 점이 인상적이다.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강릉 여정에 더해진 동해 풍경
문화기행 사이에는 경포해수욕장도 잠시 들렀다. 넓게 펼쳐진 동해 바다와 맑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동문들은 걸음을 멈춰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휴식을 취했다.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여정에 또 다른 여유를 더했다.
동문들은 문화재 해설을 들으며 건축과 인물 이야기를 따라가고, 곳곳에서 사진을 남기며 여정을 기록했다. 정근화(물리교육63) 동문은 “국토문화기행에는 자주 참석하는 편인데 올 때마다 좋다”며 “걸어다닐 수 있는 한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은숙(독어교육84) 동문은 “그냥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 설명을 들으며 보니 훨씬 기억에 남는다”며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는 게 있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죽헌을 나와 선교장을 둘러보고 경포대 바다를 바라보기까지, 하루의 일정은 빠르게 흘러갔다. 전통 문화유산과 동해의 풍경이 이어지며 강릉의 역사와 자연이 한 흐름으로 연결됐다. 다음 기행은 9월 경북 칠곡 일대 탐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