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호 2026년 4월] 문화 동아리탐방
뒤쳐지는 사람 끌어주고 앞서가는 사람 응원하고
회원 400명, 매주 100명 러닝 “속도보다 완주, 경쟁보다 동료”
뒤쳐지는 사람 끌어주고 앞서가는 사람 응원하고
러닝동아리 ‘달리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정문 구조물 아래에서 달리샤 동아리원들이 촬영한 단체사진.
회원 400명, 매주 100명 러닝
“속도보다 완주, 경쟁보다 동료”
요즘 저녁 시간 관악캠퍼스 대운동장 트랙은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앞사람과 간격을 맞추며 달리고, 속도를 바꾸려면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할 때도 있다. 달리기 열풍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용하던 운동장이 이제는 러닝화 소리로 가득하다. 서울대에서도 달리기는 가장 대중적인 운동이 됐다.
이 흐름 속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아리가 있다. 서울대학교 유일의 러닝크루 ‘달리샤(Dalisha)’다. 현재 달리샤 회장을 맡고 있는 김도균(자유전공23) 학생은 해외 체류 중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동아리 운영과 러닝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김 회장은 “러닝을 시작한 지 약 2년 반 정도 되었고, 지금은 달리샤를 통해 가장 건강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는 여행이었다. 그는 2024년 여름 뉴욕을 방문했을 때 시차 때문에 새벽마다 눈이 떠졌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센트럴파크로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이 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길로 러닝화를 사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혼자 뛰는 것이 아쉬워 동아리에 들어왔고, 이후 자연스럽게 활동을 이어오다 회장을 맡게 됐다.
그는 러닝이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면 술이나 자극적인 놀거리를 찾았는데, 지금은 같이 뛰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건강한 소셜 라이프가 자리 잡았습니다.”
달리샤는 현재 약 400명이 활동하는 대규모 동아리다. 구성은 학부생 50%, 대학원생 40%, 졸업생 10%로, 재학생뿐 아니라 동문까지 함께 뛴다. 동아리의 슬로건은 ‘KEEP PACE TOGETHER’로, 실력 차이가 있어도 누구도 혼자 남지 않도록 함께 달리는 문화를 지향한다. 김 회장은 “낙오자 없이 끝까지 함께 완주하는 것이 달리샤의 가장 큰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정기 러닝은 주 2~3회 진행된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교내에서, 금요일은 격주로 외부 코스에서 달린다. 한 번에 약 100명이 모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페이스별 그룹을 나누고, 인터벌 훈련이나 자세 교정도 함께 진행한다. 수요일에는 교내 운동장에서 인터벌과 자세 교정 중심 훈련을 하고, 금요일에는 한강이나 남산 등 외부 코스를 약 6km 정도 함께 달린다.
정기 모임 외에도 번개런이 활발하다. 단체 채팅방에 제안이 올라오면 소규모로 모여 달리는 방식으로, 평균 5~10명 정도가 참여한다. 김 회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번개 모임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해서 거의 매일 누군가는 뛰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초보자를 위한 운영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처음 참여하는 회원은 페이스를 낮춰 함께 달리고 자세 교정을 도와주며, 기록보다는 완주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김 회장은 “러닝이 힘든 운동이라는 인식보다 즐겁게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라톤 대회 단체 참가, 타 대학 러닝크루와의 연합런, 협찬 프로그램 등 외부 활동도 활발하다. 대회 참가를 앞두고는 목표 기록별 훈련 세션을 운영하고 인터벌 훈련을 통해 심폐 지구력을 강화한다. 중앙대, 동국대, 경희대 등 타 대학 러닝크루와의 교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회비는 3만원으로, 정기 러닝 보급, 행사 운영, 굿즈 제작, 종강 모임 등에 사용된다. 인원이 많은 만큼 운영의 어려움도 있다. 김 회장은 “회원 수가 많아 안전 관리와 코스 운영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운영진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따라주는 분위기라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 문화는 존중과 격려다. 뒤처지는 사람을 밀어주고 앞서가는 사람을 응원하는 분위기를 지향한다. 김 회장은 “건강한 경쟁과 따뜻한 배려가 함께 있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러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그는 체력을 꼽았다. “공부도 결국 체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습니다. 러닝을 하면 몸이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사고도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함께 달리며 만들어지는 관계도 큰 자산이라고 했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땀을 흘리며 친해지는 경험은 강의실에서 만나는 인연과는 다릅니다.”
올해 목표는 단순하다.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리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서울대에서 가장 활발한 동아리로 자리 잡는 것이다. 달리샤는 오는 5월 열리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도 단체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말했다. “시간을 내서 한 번만 같이 뛰어보세요. 러닝의 매력을 금방 알게 됩니다. 여러분의 페이스를 저희가 함께 지켜드리겠습니다.”
송해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