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호 2026년 4월] 뉴스 본회소식
관악대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도전과 나눔’
관악대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도전과 나눔’
본회가 수여하는 관악대상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수십 년간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세 수상자는 이날 무대에서 공통적으로 ‘감사’와 ‘도전’, 그리고 ‘나눔’을 이야기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조기호 기호물산 회장, 서병륜 로지스올그룹 회장,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가 제28회 관악대상을 수상했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왔지만, 사회와 모교에 대한 책임과 감사의 마음을 강조하며 동문들의 박수를 받았다.
“장학금 받은 은혜, 수십 배로 돌려주고 싶었다”


조기호 (화학교육54) 기호물산 회장
첫 번째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조기호 회장은 “수상의 기쁨을 오랜 세월 곁을 지켜 온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다”며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관악대상을 받게 된 것이 “큰 영광”이라고 말하며, 모교와 동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1954년, 한국전쟁이 휴전된 직후의 어려운 시기였다. 그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가야 했던 만큼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학창 시절 그는 입주 가정교사 일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고, 서울역 뒤 만리동의 허름한 집에서 생활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 시절 조 회장에게 큰 힘이 된 것은 모교의 장학금이었다. “학창 시절 모교에서 특별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 장학금이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서 이 은혜를 수십 배, 수백 배로 갚겠다고 말입니다.” 이 다짐은 이후 그의 삶을 이끄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졸업 후 그는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에는 작은 공장을 세워 섬유와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무역업을 병행하며 사업 기반을 닦아 나갔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도 그는 늘 ‘성실’과 ‘최선’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마음에 두고 살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모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실천으로 옮겼다. 장학빌딩 건립을 위한 기부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장학금을 출연했다. 그는 “2010년부터 10여 년 동안 매년 5천만원에서 1억원씩 기부해 왔다”며 “2025년에는 그동안 더 하지 못했던 마음을 모아 1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기부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삶의 약속에 가까웠다. 그는 “평생 성실하게 살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후배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조 회장은 “저의 출연금으로 장학금을 받는 후배들뿐 아니라 모든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며 “성실하게 살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 결국 가장 큰 성과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팔리지 않는 지게차 고민이 물류혁신으로 이어졌다”


서병륜 (농공69) 로지스올그룹 회장
반세기 동안 물류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온 서병륜 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삶을 ‘물류의 길 50년’으로 정리했다. 그는 관악대상을 받게 된 데 대해 “ 매우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라며 “한국 물류 발전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던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대한민국이 물류 산업의 불모지였던 1980년대에 ‘유닛로드 시스템(Unit Load System)’을 최초로 도입하며 산업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기업 간 물류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파렛트·컨테이너 풀링(Pooling)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켜 국가 물류 표준화를 이끌고, 공동 물류를 통해 산업 전반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해 왔다.
졸업 후 대우그룹에 기계 엔지니어로 입사해 공장에서 근무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영업 부서로 발령을 받으며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공장에서 일하던 엔지니어에게 갑자기 영업을 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워 사표까지 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상사의 설득으로 6개월만 파견 근무를 해보기로 했고, 그 경험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지게차가 왜 팔리지 않는지 고민하다 보니 물류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운명처럼 지금까지 이어진 길을 찾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물류 산업의 구조와 시스템을 연구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갔고, 결국 국내 물류 산업의 혁신을 이끈 기업가로 자리 잡았다.
서 회장은 “50년 동안 해 온 일을 5분 안에 이야기하려니 쉽지 않다”며 웃었지만, 그의 말 속에는 한 산업을 개척해 온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는 물류 산업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국가 산업과 경제를 움직이는 ‘경제의 동맥’ 같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소감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성과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감사였다. 서 회장은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혼자의 힘이 아니라 함께 일해 준 많은 동료와 직원들 덕분”이라며 “또한 늘 곁에서 지켜준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가 될 새로운 촬영 기법 곧 발표”


이수만 (농공71)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마지막으로 소감을 전한 이수만 키 프로듀서는 K-pop과 한류가 세계 문화로 성장해 온 과정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가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문화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로, K-pop 산업의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며 한류의 세계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로 활동하며 글로벌 문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한류의 확산을 단순한 음악 산업의 성공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전 세계가 K-pop 콘서트에서 즐기는 방식, 팬들이 함께 환호하고 문화를 즐기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한류가 됐다”며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가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류의 시작을 설명하며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고 가수를 해외에 보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 단순한 생각이 이후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Culture First, Economy Next)”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문화가 먼저 세계에 알려지면 그 이후 경제와 산업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는 생각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미래 문화 산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15년 동안 생각해 온 세계 최초가 될 새로운 촬영 방법을 이제야 완성했고 곧 발표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글로벌 촬영 기술과 콘텐츠 기술 개발에 대한 계획을 최초로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류의 성공이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티스트와 스태프, 그리고 팬들이 함께 만들어 온 것이 한류입니다.” 그는 특히 초기 한류를 지지해 준 팬들과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