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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호 2026년 3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에렌스’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에렌스’

이용식(토목79)
문화일보 주필
본지 논설위원
 
올해는 인공지능(AI)이 인간세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원년이 될 것이 확실하다. 새해 벽두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AI가 인간 활동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됐음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공장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자체가 거대한 AI로 변하고 있고, 개인 차원에서는 제2의 머리와 손과 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언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님을, 그리고 AI의 진화 속도에 무서울 정도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실감한다.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필자는 이런 일들은 이미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생생하게 듣고 있다. 의료 법률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직, 사무직, 단순 작업을 가리지 않고 급속히 AI로 대체되고 있다.

좋든 싫든 현 세대는 AI 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의 초입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AI의 총데이터가 인류의 총지식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머지않아 닥칠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엔 AI가 스스로 더 똑똑한 AI를 만들면서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것이라는 무서운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은 AI는 거대한 데이터와 엄청난 속도의 연산,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고 훈련시키는 알고리즘의 결합이며, 인간과 같은 감정과 상상력은 물론 생식이나 생존 본능도 없는 시스템일 뿐이라고 했다. 결코 생명과 영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계산기가 수학을 파괴했나요?”라는 식으로 낙관론을 펼친다.

필자도 언론사 논설위원은 뉴스에 영혼을 입히는 사람들이라면서, 어느 직종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후배 논설위원들을 ‘위로’하지만, 누구도 10년 뒤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AI를 잘 부리는 일이다. 당분간 세상은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AI 디바이드’가 급속히 커질 것이다.

AI를 부리는 첫걸음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생각하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만으로는 부족하다.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에렌스(Homo quaerens)가 돼야 한다. 궁금증을 해소할 수동적 소극적 질문이 아니라 지식을 확장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한  능동적 적극적 질문을 해야 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recall(回想)과 recognition(再認)을 구분한다. 어떤 정보를 접한 다음에 알고 있다고 기억하는 재인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떠올려 활용할 수 있는 회상이 중요하다.

노령기에 접어든 동문들은 경험이 많고 판단력도 뛰어나지만, 기억력이 감퇴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AI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제2의 청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수동적 소극적 질문이 아니라 능동적 적극적 질문이 중요하다. 질문하는 능력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모교 동문들이 나라의 중심을 잡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호모 콰에렌스 역량을 갖춤으로서 그런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