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76호 2026년 3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배리어 프리, 내 문제가 되고 보니

배리어프리 예외적 소수 위한특별한 시혜나 배려 아냐, 누구나 공연장 찾아가고 집 밖으러 나설 수 있어야
배리어 프리, 내 문제가 되고 보니

김수현(경영90)
SBS 보도본부 부국장
본지 논설위원
 
배리어프리 예외적 소수 위한특별한 시혜나 배려 아냐
누구나 공연장 찾아가고 집 밖으러 나설 수 있어야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28)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다. 그는 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18살이던 2018년 메뉴힌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바이올린 유망주였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 시기 잠시 귀국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여섯 차례의 대수술과 1년 7개월의 긴 입원을 거치며 절망 속에 음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4년 만에 다시 바이올린을 들었고,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올해 미국 엘마 올리베이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잇따라 정상에 올랐다. 

임현재가 4월 공연을 위해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에 섭외했다. 그의 출연이 확정된 후에야 문득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과연 우리 회사 스튜디오에 휠체어가 어려움 없이 들어올 수 있을까.

매일 드나들던 공간이었지만 휠체어 사용자의 눈으로 살펴보니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장애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은 애초에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였다. 방음 스튜디오에는 문턱이 가로막고 있었고, 출입문 폭도 좁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은 건물 1층에 하나뿐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녹화 장소를 변경하기로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두예술극장’의 협조를 얻어 그곳에서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휠체어 동선이 끊김 없이 이어지고, 무대 접근성부터 편의 시설까지 잘 갖춰진 공간이다. 장소를 옮기고 촬영을 조율하는 과정은 번거로웠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집에서도 성찰의 기회가 이어졌다. 최근 어머니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다리 골절상을 입어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집안에도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장애물이 가득했다. 방문 턱을 살피고, 휠체어 동선에 걸리는 물건들을 치우고, 화장실 벽에 손잡이를 새로 달고, 어머니가 휠체어를 탄 채로 식사할 수 있도록 식탁과 의자를 다시 배치했다.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지만 어머니는 요즘 병원에 갈 때를 제외하면 집에만 머무르신다. 평소 공원 산책을 즐기셨지만 휠체어를 타고 현관문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집 안에서도 이제 겨우 익숙해졌는데, 집 밖으로 나서면 또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지 겁이 난다는 것이다.

공연장 입구의 완만한 경사로, 낮아진 문턱, 화장실 벽의 손잡이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새삼 체감한다.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그 공간에 발을 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의 연주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공연장의 휠체어 동선은 어땠을지, 무대에 오르는 데 불편함은 없었을지 상상해 본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는 고령자나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물리적 장벽 뿐만 아니라 제도적, 심리적 장벽까지 허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예외적인 소수를 위한 특별한 시혜나 배려가 아니다. 누구나 공연장을 찾아가고,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고,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당장은 남의 일처럼 느껴질지라도 사고와 질병, 혹은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동안 배리어 프리 공연 관련 보도를 여러 번 했지만, 그 절실함을 마음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