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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호 2026년 3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김종섭 회장의 헌신과 이준식 회장의 시작 

김종섭 회장의 헌신과 이준식 회장의 시작 

이상기(서양사81) 
아시아엔 발행인  
 
서울대 총동창회는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공동체다. 동문이라는 한 줄의 인연으로 묶였지만, 그 안에는 학문과 정치, 산업과 문화 등 우리 사회 거의 모든 영역의 경험과 역량이 모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총동창회장은 단순한 조직의 대표가 아니라 서울대라는 공동체의 정신을 상징적·실질적으로 이끄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오는 3월 27일 김종섭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그는 오랜 세월 동창회와 인연을 이어오며 동문 공동체에 깊은 애정을 가져온 인물이다. 마침내 회장에 올라 2년 연임 4년 임기를 채우고, 누구보다 성심껏 일하고 물러나는 회장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바통은 정기총회서 인준 절차만 남은 이준식 신임 회장에게 넘어간다. 그는 서울대 공대 교수 출신으로 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학계 출신 회장이 등장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신수정 전 음대 학장 이후 6년 만에 학계 인사가 서울대 총동창회 ‘상머슴’을 맡게 된 것이다.

서울대총동창회는 다양한 영역의 동문이 참여하는 조직이지만, 대학 공동체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학계와 사회 각 분야의 경험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는 운영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학 총동창회는 모교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형성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재학생 참여 확대다. 의대나 치의대처럼 재학생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동문 의식은 졸업 이후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재학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학생 시절부터 동창회라는 공동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동문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또 하나 고민해볼 과제는 동창회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해외 유학생 동문들을 동창회 안으로 적극 유입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창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서울대 동문 사회는 한층 국제적인 공동체로 확장될 것이다.

아울러 관악캠퍼스를 시민과 동문에게 더 가까운 공간으로 만드는 장기적 구상도 필요하다. 관악구청역이나 서울대 인근 역에서 출발하는 경전철이 교내까지 연결된다면 관악캠퍼스는 단순한 대학 공간을 넘어 시민과 졸업생이 함께 찾는 열린 공원이자 지적 공동체의 장이 될 수 있다. 동창회 차원에서도 이런 미래 구상을 함께 고민해볼 때가 됐다.

장학사업도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예컨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졸업 후 첫 월급이나 첫 수익의 1%를 후배 장학기금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작은 금액일지라도 세대를 잇는 상징적인 전통이 될 수 있다. 그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서울대는 단순한 엘리트 집단을 넘어 토인비가 말한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