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호 2026년 3월] 문화 신간안내
주식 모두 가졌다는 건 더 이상 내 주식 살 사람 없다는 뜻
주식 모두 가졌다는 건 더 이상 내 주식 살 사람 없다는 뜻

투자 인문학
오형규(국문82) 한국경제TV 전문위원
아날로그
돈은 심리학의 현미경으로
시장은 물리학의 망원경으로
주식시장은 늘 확신으로 가득하다. 모두가 오른다고 말할 때 시장은 종종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급등락도 그런 장면 가운데 하나다. 예측은 넘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형규(국문82)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의 신간 ‘투자 인문학’은 이런 시장의 본질을 정면에서 다룬다. 35년 동안 경제 현장을 취재한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시장과 인간의 심리를 함께 살핀 책이다. 숫자와 차트보다 인간의 행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오늘날 주식시장은 개인에게도 익숙한 공간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쉽지 않다. 저자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인간의 심리에서 찾는다. 이익이 난 주식은 빨리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붙들고 있는 ‘처분 효과’, 손실이 커질수록 판단이 흐려지는 손실회피 편향 같은 행동경제학적 오류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투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태도로 ‘수비’를 말한다. 화려한 성공을 좇기보다 실패를 줄이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주식 고수들은 매수할 때 이미 손절매 가격을 정해 두고 그 선을 넘으면 미련 없이 판다. 손실이 커질수록 판단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하다 보면 우승을 자주 하는 사람은 대개 공격이 화려한 선수가 아니라 수비가 단단한 선수다. 투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은 투자 이야기를 하면서도 인문학과 역사, 과학의 사례를 끌어온다. 시장은 단순한 숫자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가의 움직임은 무작위가 아니라 지진과 비슷한 현상에 가깝다. 언제 폭락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몰릴 때 거품이 생긴다는 경험적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신기술과 거품의 관계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저자는 기술혁명의 과열을 ‘아마라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신기술을 단기적으로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하이프 사이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시간 감각을 설명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저자는 연도별 수익률보다 ‘롤링 수익률’을 보라고 말한다. 시점을 하루나 한 달씩 옮겨가며 계산하는 방식으로, 투자 시점의 행운과 불운을 제거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책에는 투자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원자폭탄 투하 과정에서 구름 때문에 목표가 바뀌어 살아남은 도시를 설명하는 ‘고쿠라의 행운’, “브라질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강연에서 비롯된 ‘나비효과’,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등장하는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라는 문장 등이 그렇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시장과 인생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돈은 심리학의 현미경으로, 시장은 물리학의 망원경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국 투자도 삶의 일부다. 우리의 선택과 판단,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주식이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 지금. 저자는 “경험상 주식시장이 발작을 일으킬 시점이 임박했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모두가 주식을 가진 상황은 더 이상 주식을 살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고 경고한다. 책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는다. “어떤 놀라움이 기다리든 간에.”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는 말이다.
오형규 동문은 현재 한국경제TV 전문위원으로 매주 금요일 ‘경제전쟁 꾼’을 진행하고 있다. 김남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