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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호 2026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중국은 우주에서 벼 농사 실험, 우주 농업 연구 선택 아닌 필수”

올 1월 서울대 우주농업센터 출범, 국내 연구 기초 세우는 단계
“중국은 우주에서 벼 농사 실험, 우주 농업 연구 선택 아닌 필수”


김기석 서울대 농생대 우주농업센터 교수
 
 
올 1월 서울대 우주농업센터 출범 
국내 연구 기초 세우는 단계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기후변화와 전염병, 전쟁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지구 외 거주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과 기후 재난, 전쟁이 일상적 뉴스가 된 지금, 그의 진단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주 탐사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인류 지속 가능성의 과제로 이동했다. 미국의 아폴로 11호 이후 달·화성 탐사는 꾸준히 이어졌고, 우리나라 역시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을 포함한 국가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주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 기술은 발사체와 탐사선을 넘어 식량 생산의 문제로 확장된다. “우주 식량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일론 머스크의 언급은 과장이 아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은 올해 1월 우주농업센터를 공식 출범시키며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김기석(사진) 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주농업을 “우주인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농업기술을 우주 환경에서 개발·적용하는 분야”라고 규정했다. 정의는 단순하지만 전제는 까다롭다. 우주는 중력이 거의 없고, 물과 공기가 부족하며, 환경 제어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크다. 지구에서의 농업 기술을 그대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전 주기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지금 주목해야 한다기보다, 이미 세계는 오래전부터 이 분야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은 우주정거장 운영과 함께 20~30년 전부터 작물 생리 연구를 지속해왔다. 특히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을 기반으로 종자에서 수확까지의 전주기 재배 실험을 완성했고, 우주에서 수확한 씨앗을 다시 지구에서 재배하는 단계까지 갔다. 미국은 미세중력 상태에서의 생리 반응, 방사선 노출 조건에서의 변이 분석 등 지구 실험만으로는 불가능한 항목을 꾸준히 축적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기른 고추.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국내 연구는 이제 막 기초를 세우는 단계이다. 2024년 과기부가 ‘우주 모사 환경 내 작물 재배 시스템 개발’ 과제를 시작했고, 충남대·한국지질자원연구원·농촌진흥청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합동 과제에서는 달·화성 토양 유사체를 이용한 재배 가능성 검증이 진행 중이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세종기지의 스마트팜 운영 경험을 우주환경 연구와 연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 막 1~2년 차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서울대 우주농업센터 출범 배경도 이러한 국가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 우주항공청은 2024년 개청 후 우주 의학과 우주 농업을 우주 탐사 R&D의 핵심 임무로 포함했고, 2025년부터 임무 수립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해당 용역의 연구책임자를 맡아 국내 연구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농업생명과학연구원 산하 조직으로 출범했으며, 센터장은 지역시스템공학과의 이인복 교수가 맡고 김 교수가 부센터장으로 실무를 총괄한다. 공대·자연대·정부출연연과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우주항공 관련 인프라가 집중된 중국 사천 지역 대학, 지자체,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기술적 난제는 예상보다 단순하지만 해결 비용이 크다. 미세중력에서는 뿌리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공기·물의 이동 방식도 지구와 다르다. 작물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생리 반응 분석이 필요하다. 물·공기·온습도 조절 시스템은 완전 밀폐형으로 설계해야 하며, 재활용 기술이 핵심이 된다. 방사선은 차폐 구조를 갖춘 우주정거장 내부에서는 큰 위협이 아니지만, 표면 활동 시 보호 장비가 필요하다.

영화 ‘마션’처럼 화성의 흙으로 당장 감자를 키울 수는 없다. 해외 연구는 엽채류와 과채류가 중심이며, 상추·로메인·토마토 등이 전형적 모델이다. 유전 분석이 완료된 모델 식물도 실험 효율 때문에 많이 활용된다. 식량 작물로는 벼 연구가 대표적 사례이며, 중국은 이미 우주 재배·지구 재배 연계 실험을 끝냈다. 장기 체류 단계에서는 단백질 공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된다.

우주농업의 파생효과는 지구 농업에도 확장된다. “사막·극지대 연구는 이미 농촌진흥청이 진행해왔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극한 환경에서의 폐쇄형 재배 기술은 기후변화, 사막화, 물 부족 등 지구 농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우주항공청과 농진청의 협업도 이 지점에서 필연적이다.

미래 식탁에 대한 전망은 과장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먼 훗날 인류가 달이나 화성에 정착하더라도 식탁의 풍경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공상과학 영화처럼 알약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챔버를 통해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일이 됐습니다. 그것을 달과 화성의 환경에 맞춰 랜딩시키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서울대의 우주농업 연구는 아직 초기이지만, 국가 전략 변화와 맞물려 빠르게 틀을 갖춰가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했다. 기술의 성숙도는 낮지만, 국내 연구자 네트워크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가장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일, 서울대가 그 전초기지로서 묵묵히 밭을 일구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