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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호 2026년 2월] 문화 신간안내

낙랑파라 시대, 1930년대 경성, 그 치열했던 예술혼을 되살리다

1930년대 경성, 그 치열했던 예술혼을 되살리다
 
화제의 책


낙랑파라 시대 
 
김광휘(국어교육60) 작가 
해맞이미디어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자정이 되면 1920년대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를 만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 그보다 더 뜨겁고 애달픈 ‘경성판 미드나잇 인 파리’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MBC ‘웃으면 복이 와요’, ‘격동 50년’ 등 당대 최고의 프로그램을 집필했던 방송작가 김광휘(국어교육60) 동문이 펴낸 논픽션 소설 ‘낙랑파라 시대’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낙랑파라’는 1930년대 소공동(현 플라자호텔 자리)에 실재했던 전설적인 문화 살롱이다. 김광휘 동문은 이 3층짜리 백색 양옥 문을 열고 들어가, 당대 내로라하는 예술가 39명의 영혼을 21세기로 소환해 낸다. 베토벤의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이 감도는 이곳은 단순한 다방이 아니라 시인 이상, 화가 구본웅, 소설가 박태원 등 식민지 지식인들이 모여들던 ‘경성의 거실’이자 문화적 최전선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천재 시인 이상이다. 폐결핵으로 무너져가는 육체와 달리 예술을 향해 펄펄 끓어오르던 그의 정신은 낙랑파라에서 가장 강렬하게 빛난다. 

저자는 이상의 연인이었던 기생 금홍, 권순옥, 그리고 훗날 김환기의 아내가 되는 변동림(김향안)과의 사랑과 이별을 씨줄로, 구본웅·박태원·이태준·김소운·정지용 등 당대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날줄로 엮어 한국 근대 예술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해 냈다.

특히 이 소설은 김광휘 동문이 방송작가 시절 겪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더한다. 

1984년 김환기 10주기 전시회에서 김향안 여사를 만난 작가는 “나는 한국의 천재 시인 이상과 천재 화가 김환기를 데리고 살았던 수필가”라는 말에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그로부터 시작된 집요한 탐구는 신문 자료와 전기 고증을 거쳐, 이상에서 김환기로 이어지는 한국 예술의 흐름을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박제된 위인이 아닌, 살아서 숨 쉬며 고뇌하는 선배 예술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상의 시와 김환기의 달항아리, 그리고 그 시대를 치열하게 건너온 청춘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된다.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이라는 불꽃을 피워 올렸던 그들의 삶이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김광휘 동문은 모교를 졸업하고 ROTC 1기(271) 육군 소위로 임관, 1965년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무공훈장을 수훈했다. 전역 후 서울 시내 중·고교 교사로 재직하다 방송 작가로 전신(轉身), MBC 라디오 ‘격동 50년’, ‘홈런출발’, TV ‘웃으면 복이 와요’, ‘제4공화국’, ‘문학산책’ 등을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 소설 ‘호지명의 딸’, ‘귀인’과 평전 ‘내 운명의 별 김진규’, ‘겨울바다로 가신 시인 김남조’ 등이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