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호 2026년 2월] 인터뷰 동문 유튜버
“사유 넓혀줄 책 골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드려요 ”
책을 통해 듣는 인류학자의 생각, 연구·교육·사람을 잇는 북튜버
“사유 넓혀줄 책 골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드려요 ”

이현정(인류94)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책을 통해 듣는 인류학자의 생각
연구·교육·사람을 잇는 북튜버
대학 강단에서 인간을 연구해 온 인류학자가 이제는 유튜브에서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삶과 생각, 고통과 질문을 따라가며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오랫동안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 온 이현정(인류94·사진) 인류학과 교수는 “책이야말로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에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다. 책과 사람, 인문학의 오늘을 이야기하는 이현정 교수를 서면으로 만나 유튜브 채널에 담긴 사유의 방향을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중국과 한국에서 자살, 우울증, 트라우마 등 심리적 문제와 사회적 고통을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입니다. 2022년부터 유튜브 채널 ‘이교수의 책과 사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채널은 다양한 양서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북튜브(Book-tube)로, 책을 통해 사람과 사회를 함께 사유하는 공간입니다.”
-유튜브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약 10년간 안산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며 연구 활동을 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이런 고민을 나누던 명지대 김익한(국사79) 교수님께서 ‘유튜브를 통해 책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유해 주신 것이 채널 개설의 계기였습니다. 유튜브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채널명이 교수님과도 깊이 맞닿아 있는 키워드 같습니다.
“채널명은 제가 직접 지었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두 가지를 담았습니다. 인류학자로서 ‘사람’은 제 인생의 영원한 화두이고, ‘책’은 늘 곁에서 힘과 위로가 되어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이교수의 책과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유튜브에서 이야기를 풀어낼 때 특히 의식하시는 원칙이나 태도가 있다면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낼 수 있어야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일반인의 언어로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동시에 시민들의 이해력과 사유의 깊이를 신뢰하기 때문에, 고민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면 다소 도전적이더라도 피하지 않습니다.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사유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책인가’입니다. 한 분야에 몰두하지 않고 시공간과 분야를 넘나드는 독서를 지향하고, 다양한 영역의 책을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독서 인생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준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중학교 2학년 때 읽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작품속 인물들의 모습은 제가 배워온 도덕과 정상성의 기준을 흔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인간의 내면과 ‘비정상’이라 규정되는 행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의 연구 주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독자들이 책을 통해 가장 얻고자 하는 것, 그리고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요.
“‘공감’과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받기 어려워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읽고 나서 생각의 여운이 오래 남는 책입니다. 얇고 담담해 보여도 며칠간 마음을 흔들고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변화가 있다면요.
“‘여기는 댓글을 통해서도 많이 배웁니다’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책임감입니다. ‘서울대 교수’라는 이름으로 대중과 만나는 공간이다 보니, 책 한 권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더 깊이 읽고 신중히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교수의 책과 사람‘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타인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일수록 우리는 효율과 속도에 매몰되기 쉬운데, 책은 우리를 멈춰 세워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합니다. 이 채널이 시청자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사유의 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동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을 정보 습득이나 성공을 위한 도구로만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때로는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책, 나와 무관해 보이는 책이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고 유연하게 만듭니다. 지치셨다면 마음이 이끄는 책 한 권을 골라보시고, 여유가 되신다면 ‘이교수의 책과 사람’에도 들러 잠시 쉬어가시길 바랍니다.”이정윤 기자
▷ ‘이교수의 책과 사람’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www.youtube.com/@bookandsar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