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호 2026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계올림픽 단장 여성·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선수 중심’의 리더십
피겨 선수에서 스포츠 행정가로 삼보모터스 그룹 CFO로도 활동
동계올림픽 단장 여성·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선수 중심’의 리더십

이수경 (체육교육03)
2026동계올림픽 선수단장
피겨 선수에서 스포츠 행정가로
삼보모터스 그룹 CFO로도 활동
“선수들이 준비해온 모든 것을, 무대에서 온전히 꺼낼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지금 제가 맡은 일의 전부입니다.”
한국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 있는 장면이다. 지난 6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장으로 이수경(체육교육03·사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임명됐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여성 선수단장이며,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동계 올림픽 선수단장에 올랐다. 빙상연맹 회장이자 삼보모터스 그룹 CFO(삼보모터스 이재하 회장의 차녀)인 그는, 선수로 빙판 위에 섰고, 국제심판과 스포츠 행정가를 거쳐 올림픽 전체를 책임지는 위치에 섰다. 대회 개막을 불과 3주 앞둔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만난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가장 무거운 역할’을 설명했다.
올림픽 선수단장은 메달 색깔만으로 평가되는 자리가 아니다. 경기장 바깥,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지원하고, 훈련 환경과 행정,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준비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 단장은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 선수단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의 식사와 숙소, 이동 동선, 행정 절차 하나까지 직접 챙기며 ‘앞에 서지 않는 리더십’을 행하고 있다.
선수 출신 단장이라는 이력은 그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그는 “선수들은 대회 때 아주 사소한 요소 하나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괜찮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선수마다 긴장하는 지점과 감정의 파동이 다르다는 점을 잘 알기에, 그는 코치·감독·트레이너와 수시로 소통하며 맞춤형 지원을 고민한다. 심리적 안정과 부상 방지를 위한 의료 지원 역시 주요 과제다.
선수 시절과 단장으로서 바라보는 올림픽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그는 “선수일 때 올림픽은 꿈의 무대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제 것을 챙기지 않아도 되지만, 이 선수, 저 선수, 이 종목, 저 종목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며 “놓치는 것을 줄이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올림픽은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 무대를 위해 올인해 준비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되, 이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옥죄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선수의 인생 전체를 바라본 경험이 묻어나는 말이다.
그러나 목표만큼은 분명하다. “금메달 많이, 최대한 많이가 목표입니다.” 웃으며 던진 말이지만, 그 안에는 준비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 쇼트트랙을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까지 주요 종목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 준비도 잘돼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강점으로는 ‘집중력과 지구력’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동계 스포츠를 키우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그는 “그럼에도 선수들이 묵묵히 훈련을 이어오며 기량을 끌어올리는 집중력이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과거 쇼트트랙에 집중됐던 경쟁력은 이제 다양한 종목으로 확장됐다. 그는 “특정 종목에 의존하지 않는, 고르게 경쟁력을 갖춘 동계 스포츠 국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대회 초반 성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스노보드를 앞세워 메달 레이스를 이끄는 이례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2월 19일 현재 금 2, 은 2, 동 3개의 메달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보드 종목에서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이 탄생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며 한국 동계 스포츠의 경쟁력이 한층 넓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그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스포츠계 전반의 고민”이라며 “선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생활체육, 학교체육, 클럽체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미로 시작한 빙상이 엘리트 선수로, 평생 즐기는 스포츠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기업 경영과 스포츠 행정을 동시에 경험한 그는 두 영역의 공통점으로 ‘지구력’을 들었다. “방향을 정하면 끝까지 가야 한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성과를 만든다”고 했다. 다만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 현장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그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기준은 ‘소신’이다. “연맹에서는 선수 중심, 회사에서는 정직이 소신”이라며 “이 기준만 흔들리지 않으면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얻은 리더로서의 확신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어떤 단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떠올렸다. “사고 없이,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모든 경기가 문제없이 치러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다만 ‘선수 출신 단장이라 확실히 달랐다, 선수들을 정말 잘 서포트했다’는 말이 남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문들에게 자신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건넸다. “저도 계획이 많았던 학생이었고, 중간에 꿈의 방향을 바꾼 적도 있다”며 “흔들림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만두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꾸준히 끝까지 가다 보면 결국 자신이 가고 싶은 길에 닿게 된다”는 그의 말은, 선수뿐 아니라 각자의 무대에서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긴 여운을 남긴다.
선수, 심판, 행정가, 경영자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거쳐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대회가 한창인 지금, 그의 시간은 선수들의 하루하루와 함께 흘러간다. 중요한 것은, 준비해온 모든 순간이 흔들림 없이 펼쳐지는 것. 메달의 순간이 스포트라이트라면, 그는 그 빛이 흔들리지 않도록 선수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이정윤 기자

